내가 생각하는 일을 잘하는 조건은 3가지 ‘빨리, 많이, 정확히’이다. 물론 이것은 리더가 되기 전의 일이고 리더가 되고 나면 더 복잡하고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거나 부하 직원의 입장이라면 빨리, 많이, 정확히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그럼 빨리, 많이, 정확히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일이 있을까? 나는 F1 레이싱에 등장하는 피트스톱(pit stop)이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F1은 0.001초까지 다투는 레이스다. 그래서 차량 점검에 들어가는 시간도 아껴야 한다. 만약 타이어 교체에 다른 팀보다 1초나 시간이 더 걸린다면 그 경주는 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드라이버가 0.001초를 아끼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만큼, 피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0.01초 단위로 기록을 재며 일한다. (아예 피트스톱을 안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55바퀴를 도는 동안 적어도 한 번은 피트스톱을 하도록 되어 있다)
워낙 짧은 시간에 이뤄지다 보니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2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볼트를 풀고 새 타이어를 넣고 다시 볼트를 조여야 한다. 마냥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정확도도 매우 중요하다. 만약 볼트가 느슨하게 잠길 경우 드라이버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F1 연맹은 타이어가 빠지는 사고가 벌어지면 해당 팀에 벌금을 물린다고 한다) 그래서 속도와 정확도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이 투입되는데, 보통 타이어 하나당 3명에, 차를 들어 올리고 고정하는 사람까지 포함에 20명가량이 달라붙는다. 이들 모두가 호흡을 맞추는 것까지 해내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모습을 볼 때마다 과연 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고민해보곤 한다. 이들은 0.01초를 아끼기 위해서 항상 고민하고 연습을 반복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일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하기 위해 고민한 적이 있나? 예측건대 자기가 하는 일을 시간을 재가면서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본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주어진 일만 잘 완수하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체인지그라운드에 입사하고 난 뒤다. 예전에도 글을 썼지만, 그때는 그저 글 한 편을 완성하는 것만 생각했다. 지금은 똑같은 분량의 글도 훨씬 적은 시간에 쓰게 되었다. 정말 글 쓰는 시간을 재가면서 했기 때문이다.
이러면 ‘아무리 그래도 시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 말이 맞긴 하다. 아무리 빨라도 타이어 교체를 1초 이내로 해내기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내가 하는 일도 한계에 다다르면 더는 시간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갈 수나 있을까? 나는 지금 똑같은 일을 하는데 4시간에서 1시간까지 시간을 줄였다. 그런데도 아직 한계에 다다르지 못했다. 같은 일을 30분 만에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계속 시간을 줄이다 보면 한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적지 않다. 나만 해도 4배의 효율을 올리고 있으니까.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금 하는 일을 세계에서 가장 빨리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고민 덕분에 일에 대한 이해도가 넘사벽으로 높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게 힘들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F1에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세상에는 0.01초라도 더 빨라지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참고 : f1 타이어 교환 세계 신기록.gif,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