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 남았다는 한 아르바이트생

예전에 잠시 아버지 대신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다. 2층까지 좌석이 있는 가게였는데, 그 모든 서빙을 나 혼자 해야 했다. 종업원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알바생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대부분 면접만 보고 말거나 연락하고 얼굴도 안 비치는 경우가 많았다. 딱 한 번 고용까지 간 적이 있는데, 1주일도 채우지 않고 그만두었다. (사실 우리 가게가 일이 고되긴 했다) 결국, 나중에는 알바생 구하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 배운 것이 함께 믿고 일할 사람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는 점이었다. ‘요즘 애들은 근성이 부족하다’라는 꼰대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일이 손에 잘 맞고, 고용주와 성격도 잘 맞으면, 함께 오래 일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단지 그런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울 뿐이다. 그게 문제다. 맞는 사람 찾기가 이렇게나 힘들다. 그래서 알바생을 구할 때 장기 근무를 약속해달라는 가게가 많다. 하지만 그 약속도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 사례도 그런 흔한 일 중 하나다. 다만 알바생의 급변하는 태도 변화가 웃음을 자아내기에 전설이 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 갤러리에서 사용 금지가 될 정도라나? (그런데 소름 돋는 지점이, 이 사진을 올린 게 사장님이 아니라 알바생이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 그래도 통보식으로 그만둔 알바가 괘씸한 마음보다, 또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괴로움이 더 컸을 거라고 추측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ㅠㅠ

 

보통은 이 대화를 두고 ‘아무리 알바라도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사실 책임감 있게 일해주면 사장님 입장에서는 고맙긴 하다. 하지만 알바생 입장에서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물론 위 대화에 등장하는 알바생은 통보만 하고 무단결근한데다 인수인계 기간도 갖지 않는 등 퇴직 이상의 잘못이 있긴 하다. 그래도 퇴직 자체는 좋다 나쁘다를 따질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알바생의 장기 근무를 보장하려면 사장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장님들이 가진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 중 하나가 ‘주인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은 없다고 봐도 좋다. 정규직 보장, 넉넉한 월급, 빠방한 복지 혜택, 여기에 인간적인 존경까지 더해져도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이 나올까 말까다. 그런데 알바생에게서 주인의식을 기대한다는 것은 솔직히 신뢰라는 가치를 공짜로 얻겠다는 도둑놈 심보에 다름없다.

 

만약 직원으로부터 신뢰와 책임을 얻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주어야 한다. 문제는 보상의 적절함이라는 게 단순히 수지타산을 따져가며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일자리와 비교하는 데서 나온다는 점이다. 가장 간단한 비교는 돈이다. 만약 식당 서빙에 월급을 1,000만 원 준다면 아무리 일이 거지 같아도 끝까지 버티고 일할 것이다. 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다. 똑같이 돈을 줘도 일하고 싶은 가게가 있고, 당장 그만두고 싶은 가게가 있는 법이다. 따라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도 리더십이 필요하다. 같은 돈을 주더라도 일하고 싶은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운영하던 가게는 절대 알바생이 오래 버틸 수 없는 구조였다. 시급은 일반 식당 서빙과 비슷했지만 (사실 좀 더 쳐주긴 했다) 일의 강도가 워낙 셌다. 하지만 월급을 많이 줄 형편이 안 됐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고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직원을 고용하게 된다면, 꼭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일인지 사회생활을 해가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해내야 한다. 남 탓만 하면 발전이 없다는 건 인생의 진리다. 일을 그만뒀다고 직원의 무책임을 탓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사장님만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참고 : 아르바이트 갤러리 금지 사진.jpg, 와이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