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걱정하는 유재석의 고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 이형기

 

승승장구하던 사람들이 떠나갈 때를 보면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어김없이 떠오른다. 모든 생명에는 생명력이 다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일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매일 매일 하는 출근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겠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끝이 난다. 그 끝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는 상당하다. 끝을 알면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게 되고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 MC로 맹활약하고 있는 유재석이지만 그 또한 은퇴에 관한 생각을 항상 염두해두고 있었다.

특히, 유재석과 멤버들의 전성기 시절이라고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는 무한도전. 유재석은 상승 곡선을 달리고 있던 그 당시에도 은퇴에 관해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래서 후배인 하하와 노홍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홍철이랑 너도 슬슬 준비햐야지.
은퇴하면 너네가 바통을 받아야지. 더 노력하라고.”

 

그러자 두 사람은 왜 그렇게 서운한 소리를 하냐고 되물었다. 그 뒤에 유재석이 붙인 말은 너무나 냉정했지만 그 누구보다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너 똑바로 알아들어. 그런 날이 무조건 와. 자연스러운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준비하라는 게 나쁜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이건 농담이 아니야. 내가 있는 것이 지금은 너희들한테 든든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것이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 펼치지 못하게 막는 게 분명히 있어. “
“내가 있어서 너희들은 너희들이 가진 능력 중에 내가 가진 능력을 쓰지 않고 있는 것뿐이야.”

 

무한도전을 이끌던 유재석은 행여나 자신의 위치 때문에 동생들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자기는 언젠가는 물러날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이어받을 준비를 항상 해두라고 조언했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낙화’의 시기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 시기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아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유재석이 오래오래 방송을 진행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를 지켜보다가 만약 그가 떠나는 날이 온다면, 아낌없이 박수를 치면서 그를 멋지게 떠내 보내고 싶다.

 

참고 <무한도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