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라면 자식을 위해 한 번쯤 봐야 할 영화 (feat. 봉준호 감독 극찬)

 

2016년 한 편의 영화가 내 맘을 흔들었다. 영화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 나이에 있을 법한 우정과 반목의 쓰라린 추억을 되새기게 했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이야기였지만, 어른이 봐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을 물어보는 명작이었다.

 

주제만 좋았던 게 아니다. 이를 풀어낸 방식도 기가 막혔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연기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때로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차갑게 담아내지 않았다. 이 영화만큼 아이들을 아이답게, 예쁘게 담아낸 작품이 없을 것 같았다. 영화의 제목은 <우리들>, 감독의 이름은 윤가은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그해 한국 영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그때부터 주목한 윤가은 감독이 3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제목은 <우리집>. 영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극찬 소식 덕분이었다. ‘윤가은 감독은 내공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동료 감독의 립서비스는 아니었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첫 작품에서 대박을 내고 2번째 작품에서 죽을 쑤는 ‘소포모어 징크스’도 떠올랐다. 너무 기대하지 말고, 침착한 마음으로 보고 싶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크니까…) 그런데 직접 본 <우리집>은 이런 생각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제대로 느끼게 했다. 윤가은 감독은 이번에도 대박을 쳤다.

 

<우리집>의 주인공은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5학년 소녀 ‘하나’다. 하나의 부모님은 매일 싸운다. 그런 부모님을 보며 하나는 부모님이 이혼할까 봐 불안감에 시달린다. 부모님이 다시 화목해지기를 바라며 가족 여행을 가지고 졸라 보지만, 바쁜 부모님은 하나의 요청에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는 마트에서 유미와 유진 자매를 만난다. 유미와 유진은 하나보다도 어렸지만, 부모 없이 둘이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돈을 벌러 지방에 내려갔기 때문이다.

 

여름방학동안 하나, 유미, 유진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었다. 부모님이 화해하길 바라는 하나. 잦은 이사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는 유미. 그리고 티 없이 밝은 유진. 세 사람은 ‘우리집’을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하지만, 그들의 노력이 통할 정도로 세상이 만만하진 않았다. 과연 그들은 ‘우리집’을 지킬 수 있을까? (궁금하면 영화를 보자!)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이야기. 그럼에도 가벼운 공감에 머물지 않고, 가정이란 무엇인지 깊숙이 파고드는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우리들>의 후속작처럼 느껴진다.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시선은 <우리들>과 <우리집>이 비슷하다. 이번에도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기 같지 않은 연기도 여전했다. 철저하게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도 같았다. 여전히 그 시절 우리가 겪었던 아픔과 갈등을 떠올리게 한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특히 가족이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얻은 교훈을 이 글을 읽는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1. 애들 보는 앞에서 부부싸움 하지 마라

 

 

영화는 까만 화면에 하나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면서 시작한다. 하나가 그토록 긴장한 이유는 부모의 말싸움 때문이었다. 부모가 서로 싸울 때 아이는 어떤 기분이 들까? 실제로 굉장한 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식은땀을 흘린다.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본 아이는 주변에서 목소리를 조금만 높여도 심각한 공포에 시달린다고 한다.

 

영화 <우리집>은 그러한 아이의 심정을 제대로 담아냈다. 부모가 싸우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진 않는다. 때로는 소리만으로 싸움을 묘사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싸움을 외면하는 아이의 시선을 담아낸 듯하다. 대신 카메라는 하나의 시선에 주목한다. 흔들리는 동공, 가쁜 호흡, 숨쉬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모습… 불안감이 가득 베어 있다. 부모들은 싸우면서 상대를 향해 ‘너랑 같이 사는 게 숨 막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숨이 막혀가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이 장면을 꼭 봤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를 깨달아야 행동을 조심할 수 있을 테니까.

 

부부가 살면서 한 번도 안 싸울 수는 없는 법이다. 살다 보면 의견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절대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 굳이 싸워야 한다면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 집 밖에 나가서 싸우자. 차가 있다면 차 안에 들어가 싸우는 게 낫다. 아이 앞에서 가식적으로 화목한 모습을 보이라는 게 아니다. 때로는 냉랭한 분위기를 풍길지언정,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모습만은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명심하자.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 하는 것은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2. 가족끼리는 저녁을 함께 먹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도를 높이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식사다. 밥을 함께 먹는 행위야말로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래서 썸타는 상대와 친밀도를 높이고 싶다면, 무조건 밥부터 먹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나아가 함께 밥을 먹는 행위는 공동체라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가족에게 함께 하는 식사는 매우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우리집>에 등장하는 두 가족은 모두 함께 하는 식사가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다. 하나네 집은 부모님의 잦은 야근 때문에 따로 먹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유미네 집은 부모님이 지방에 내려가 있어 함께 하는 식사가 불가능했다. 그래서일까? 하나와 유미, 유진은 함께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가족에게서 얻을 수 없는 사랑의 결핍을 그들만의 식사를 통해 채워주고 있었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에 훈훈함이 느껴지면서도, 가슴 한쪽이 어딘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오묘한 장면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나네 가족이 최소한 저녁 식사만이라도 함께 해왔다면, 그토록 반목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직장인은 바쁘다. 어쩌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 와중에 식사마저 따로 한다면 어느 곳에서 가족이라는 유대감을 찾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저녁은 꼭 가족과 함께 먹자. 혹시 잦은 회식과 접대 때문에 저녁식사를 함께하기 곤란하다면, 아침에 30분이라도 일찍 일어나 함께 아침을 먹자. 무엇이 되었든 식사를 함께하자.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다.

 

3. 아이에게 솔직하자

 

 

어느 날, 하나는 엄마의 서류 봉투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엄마가 독일로 발령 날 수도 있는 내용의 문서를 발견한 것이다. 하나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는 내내 하나의 엄마가 아이에게 외국 발령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은 없었다. 이후에도 부모님의 행동은 일관되게 하나를 배제한다. 이혼 얘기가 오가는 와중에도 이를 하나에게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무마하려는 듯, 하나가 원했던 가족 여행을 가자고 말한다. 이를 우연히 엿듣는 하나의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어리다’는 말은 17세기까지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확실히 미숙하다. 때로는 얼토당토않은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집>에서도 하나가 아빠의 휴대전화를 숨기는 되도 않는 짓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바보는 아니다. 10살 정도의 나이가 되면, 차분하고 조리 있는 설명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겠지만) 특히, 요즘 아이들은 더 똑똑한 것 같다. 아마도 접하는 정보의 양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이 알아듣지 못할 거라고 여기며 진실을 감춘다. 오히려 그게 아이를 더욱 스트레스받게 한다는 걸 모른다. 부모님의 이혼 얘기를 듣고 하나는 작은 가출을 감행한다.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나를 위기의 순간으로 내몬 것은 바로 부모의 솔직하지 못한 태도였다.

 

가급적 아이들과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다. 부모가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안다.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 내색하지 않아도 이런저런 단서를 통해 알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지만 어리숙하다. 조각난 정보만 가지고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렇게 오해 속에서 불안에 시달리게 하지 말자.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자.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아이를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아이에게 말해줄 수 있을 만한 정보만 공유해야 한다. 그 정도가 무엇인지는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세한 사항을 말해줄 수 없다면, 최소한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전달하자.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면서 이마에 주름을 잔뜩 달고 살면 아이는 불안감에 시달릴 것이다.)

 

영화에는 이 외에도 가족에 관한 다양한 성찰을 보여준다. 겪어온 경험이 다른 만큼, 사람마다 느끼는 바와 얻는 교훈이 다를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될 거라는 점이다. 가족의 소중함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다면 <우리집>을 꼭 보길 바란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윤가은 감독이 이번에도 대박을 쳤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