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인중개사를 난감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젊은 남녀가 집 보러 와서 계약은 안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한다더라. 한 공인중개사가 이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공인중개사 글 곳곳에 욕설이 등장하는데 (모자이크 처리했다)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 집을 계약하는 게 일인데, 와서 사진만 찍고 가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시간 낭비밖에 될 수 없다. 다른 걸 떠나서 남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점에서 정말 양심 없는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자. 나는 집 보러 와서 사진만 찍고 간다는 젊은 남녀가 조금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들은 현실을 살지 못한다. 대신에 SNS가 현실이라고 믿는 셈이다. SNS에 고급 주택 사진을 올리면 당연히 부럽다는 사람이 등장할 것이고 그들이 따봉도 눌러줄 것이다. 여기에 중독되어 현실 감각마저 잃어버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봉 받을 때는 좋겠지만, 나중에 보면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까? 그런 짓거리를 혼자도 아니고 둘이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게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마도 연인 사이일 텐데… 자기 애인이 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데 그걸 함께 좋다고 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연애일까?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허영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죄악이지.” (악마가 뱉는 대사다) 이 말대로 허영심은 자신을 망치는 죄악이다. 적당한 자랑이나 자기 PR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거짓을 남발하며 자신을 추켜세워봤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SNS는 그런 허영심을 공략한다. ‘좋아요’라는 시스템은 중독성이 너무 강해서 거짓말까지 하게 만든다. 여기에 중독되면 현실을 잃어버리고 따봉만 바라보며 살 게 된다.
온라인은 최고의 연결 수단이지만, 진짜 무언가 이루어지는 곳은 오프라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거짓과 허영으로 온라인에서 명성을 얻어봤자 나중에 돌아오는 것은 자괴감뿐이다. 사실 진정성 있게 명성을 얻어도 자괴감이 오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아무리 많은 따봉을 받아봤자, 돈 한 푼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현실의 가치와 연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온라인이 아닌 현실에 그만한 실력과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부디 현실을 살기 바란다. SNS보다 더 능력 있는 현실을 살아야 한다. 그러고 나면 온라인은 허영의 공간이 아니라 가치를 증폭하는 진정한 네트워크가 되어줄 것이다.
참고 : 집 보러오는 젊은남녀에 빡친 공인중개사, 웃긴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