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으로 널리 알려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2004년에 출간한 『행운에 속지 마라』(Fooled by randomness)에서 의미와 소음의 차이를 ‘월가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은퇴한 치과의사인 주인공은 남은 생을 데이 트레이더(day trader)로 보내고 있었다. 이 치과의사는 탁월한 투자자여서 미국 국채보다 연 15%나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는데 변동성이 10%였다. 그러면 한 해에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93%나 된다. 매우 기분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 시간척도를 줄여서 1분 단위로 본다면 수익이 발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겨우 50.17%이다. 우리는 1년의 기간으로 봤을 때 이익을 낼 확률이 90%가 넘으면, 1분당 확률도 비슷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겨우 50%보다 조금 높을 뿐이다.
그런데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므로 이익을 낼 때는 기뻐하며 손실이 날때는 고통스러워 한다. 만약 이 치과의사가 하루 8시간씩 1분단위로 실적을 확인한다면, 그는 매일 241분은 기쁨을 느끼고 239분은 고통을 겪게 된다. 1년이면 기쁨은 60,688분, 고통은 60,271분을 경험한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손실에서 오는 부정적 효과는 이익에서 얻는 긍정적 효과보다 강도가 2~2.5배나 크다고 한다. 즉 이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이 주는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것을 매분마다 실적을 확인하는 치과의사에 적용하면, 그는 매일 이익을 어느 정도 보지만 감정의 손익계산서에는 적자가 누적된다. 이렇게 몇 해가 지나면 이 치과 의사는 완전히 탈진할지도 모른다. 이는 누적되는 감정적자로 인해 금전적 이득보다 건강과 사회생활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더 많다.
그런데 만약 이 치과의사가 실적을 매분마다 확인하지 않고, 매월 증권사에서 거래명세서를 받을 때만 확인한다면 1년에 4회만 고통을 받고 8회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만약 1년에 한번 실적을 확인하고 앞으로 20년을 산다면, 투자로 인한 기쁨을 19번 누리고 고통은 단 한 번만 경험하 면 된다. 그래서 나심 탈레브는 특유의 비꼬는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휴대전화나 포켓용 컴퓨터로 주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투자자를 볼 때마다 나는 웃고 또 웃는다.”(–;; 쿨럭)
그리스의 시인 카바피(Cavafy)는 “현자는 의미에 귀를 기울이고, 바보는 소음만 듣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의미와 소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의미와 소음의 차이는 조급하고 성급한 마음이다. 같은 일도 조급증에 시달려 충혈된 눈으로 바라본다면 ‘소음’이 되지만, 굳건한 심지로 중심을 잡고 고요한 눈으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의미’가 된다.
창업자 중 절반 가량은 준비기간이 3개월 미만이고, 4명 중 3명은 1년도 준비하지 않은채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5명중 1명은 준비기간이 1개월도 안 된다고 한다. 인생을 통째로 거는 창업에서도 대다수가 조급증에 걸려 있는 것이다. 하물며 다른 일에서야.
조급증에 시달리면 의미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소음만 들을 뿐이다. 『창업경영신문』 오병묵 대표에 따르면 창업 준비기간이 길수록 월평 균 매출액이 커진다고 한다.(2년 이내 일 때)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급증에 시달리며 소음만 쫓는 바보와 함께 하는 가족, 친구, 동료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사소함에 일희일비(一喜一 悲)하지 않고 절제가 묻어나는 장기적 안목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는 분명 삶에서 의미를 창출하는 현자가 될 것이다.
바로 당신이 그런 현자가 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