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조선시대 궁병 클래스

대한민국 양궁 클래스는 전 세계가 알아준다. 오죽하면 한국이 양궁에서 메달을 쓸어담자 세계양궁연맹에서 경기 룰을 변경했을 정도다. 원래 양궁은 사격처럼 기록경기였는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토너먼트 방식을 도입했고, 그래도 한국의 독주를 막을 수 없자 발수를 줄이는 식으로 규정을 바꿨다. (발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실력보다 운의 영향력이 커진다) 급기야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세트제’ 방식까지 도입한다. 전체 점수와 상관없이 세트를 더 따내는 팀이 승리하게 되면서 점점 더 운의 영향력을 높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양궁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전 종목을 쓸어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는 ‘활의 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틀린 말도 아니다. 우리 민족은 정말로 활의 민족이라고 부를만했다. 주몽이라는 이름은 원래 ‘활을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고, 동이족이 활을 잘 쏜다는 얘기는 당나라 때부터 유명했다. 조선시대까지도 활 사랑은 이어지는데, 활쏘기가 지성인의 교양 과목으로 취급받으면서 국가에서 장려하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성계는 활의 명수로 알려졌고, 정조도 활쏘기 달인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 선조들이 얼마나 활을 잘 쐈을까? 이에 대해 재밌게 설명해주는 자료가 있다.

 

 

 

중종실록에 적힌 이야기에 따르면 왜인들이 방패를 들고 있었는데 그 틈을 뚫고 활을 맞춰 잡았다고 한다. 이게 말이나 그림으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 방패 사이의 좁은 틈으로 얼굴을 내밀 때만 맞출 수 있고, 2) 방패를 들었다고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리도 만무한데다, 3) 당연히 거리도 꽤 멀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거짓 없는 철저한 기록으로 가치가 높은 기록 유산인데, 그런 점까지 고려하면 과장없이 신궁급 실력을 일반 병사 수준에서 선보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일반 병사가 호크아이급)

 

 

하지만 아무리 활의 민족이라 한들 이를 제대로 갈고 닦지 않으면 오늘날까지 뛰어난 실력이 이어질 수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비결로는 양궁 협회의 투명하고 공정한 선수 선발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궁 협회는 파벌이나 비리를 막기 위해 아무리 전적이 뛰어난 선수라도 선발전에서 떨어지면 가차 없이 대표팀에서 탈락시킨다. 바로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예외가 없고, 심지어 코치나 감독도 선발전에서 밀리면 전원 교체되기까지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실함과 집요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특성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스포츠 분야가 양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강점도 투명하고 공정한 배경이 없으면 드러나기 어렵다. 다른 스포츠 협회가 파벌과 비리 문제로 시끄러운 동안 양궁 협회만큼은 아무런 잡음 없이 세계를 제패해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더 강해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기서 활쏘기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참고 : 무시무시한 조선시대 궁병 클라스,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