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을 높이고 싶다면 봐야할 글

 

 

2004년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 챔피언인 밴 프리드모어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고, 기억이 작동하는 법을 이해하는 겁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기억 방법을 배우면 누구나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조슈아 포어는 그것을 증명했다. 기억력 대회뿐만 아니라 공부와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기억이 작동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기억이란 무엇일까?

 

간질병 환자였던 헨리 구스타프 몰레이슨의 연구 사례가 신경과학의 획기적인 발견을 이끌었는데 그 이유는 ‘기억’에 관한 이해를 크게 증진했기 때문이다. 헨리는 9살 때 자전거 사고로 머리를 다친 후 간헐적으로 경련 증세를 보였다. 25살이 되던 해에 헨리는 해마 일부를 제거하는 뇌수술을 받았고 증세가 많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수술 이후 헨리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헨리는 십여 분 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을 보자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인사했다.

 

헨리의 기억은 몇 분 이상 지속하지 않는 듯 보였다. 다시 말해 그는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지 못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헨리의 장기기억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5살 이전에 겪었던 모든 삶을 기억했다. 자, 이렇게 어느 순간 더는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헨리는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헨리의 마지막 해의 아침을 떠올려 보자. 헨리는 아침에 일어나 노화된 몸을 이끌고 화장실에서 씻기 위해 힘들게 걸어갔을 것이다. 몸이 매우 안 좋은 것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화장실 거울 속 자신을 쳐다본다. 헨리는 깜짝 놀란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본다. 헨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자신의 얼굴이 너무 늙었다. 헨리의 기억은 25살에 멈춰 있다. 당연히 기억하는 자신의 얼굴을 25살의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다. 그런데 거울 속 자기는 주름이 가득한 80세 노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 너무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더 끔찍한 사실은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충격받았다는 사실조차 기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침에 거울을 보며 충격받는 일을 헨리는 매일 아침, 그것도 50년 넘게 반복했을 것이다. 아직도 뇌과학이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사실이지만 기억이 저장되고 재현되는 과정은 비교적 정확히 밝혀졌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감각정보는 뇌간을 통해 시상으로 전달된다. 이렇게 들어온 다양한 감각정보들은 시상에서 뇌의 각 부위로 전송하고 여기서 처리된 정보는 전전두피질을 거쳐 단기기억으로 저장되게 된다. 하지만 이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이 되기 위해서는 해마의 분류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헨리의 해마 제거는 장기기억 형성에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해마는 다양한 단기 기억 정보를 분류하여 여러 뇌 부위로 전송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단어는 측두엽, 시각과 색상에 관련된 기억은 후두엽, 촉각과 움직임은 두정엽,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로 전송된다. 뇌과학자들은 숫자, 색상, 표정, 동식물, 감정, 소리 등이 저장되는 두뇌 부위를 약 20곳 정도까지 발견했다.

 

컴퓨터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뇌의 작용이 컴퓨터와 거의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메커커니즘이 상당히 다르다. 특히 기억 방식이 다르다. 컴퓨터는 기억할 정보를 분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하나의 동영상 정보가 있다고 할 때 컴퓨터는 저장할 정보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파일로 저장한다. 하지만 만약 그 하나의 동영상을 뇌에 저장한다면 영상에 나오는 화면, 소리, 분위기, 자막 등이 해마에서 낱낱이 분리되어 각각의 정보를 담당할 뇌 부위에 흩어져 저장된다. 이런 분할 저장은 컴퓨터처럼 차례로 저장하는 방식보다 훨씬 방대한 내용을 더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미래 컴퓨터는 인간의 기억 방식을 재현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정도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어떻게 분리되었던 기억을 떠올릴 때는 하나의 기억처럼 떠오르는가? 첫사랑을 기억할 때 그녀의 표정, 그녀의 말, 그녀와 함께했을 때의 느낌 등이 나뉘어 있을 텐데 말이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뇌에는 1초당 약 40회의 진동수를 가진 전자기파가 분포하는데, 기억의 한 단편이 다른 부위에 저장되는 기억의 파편을 자극하여 같은 진동수를 만들게 한다. 그렇게 진동하는 전자기파가 뇌 속에 끊임없이 요동치면서 다른 부위에 저장된 기억의 조각을 소환해 하나의 통합된 기억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기억에 대한 또 다른 놀라운 진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단기기억은 신경전달물질의 강도 및 전기적 신호 차원에서 머물지만, 장기기억은 단백질 분자 수준에서 기록된다. 앞서 알아봤던 것처럼 장기기억은 뇌의 해부학적 변화(뇌의 가소성)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 장기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각 부위에 흩어졌던 기억들을 재조합하면 이 과정에서 단백질의 분자 구조가 어떻게든 재배열된다. 다시 말해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 자체가 기억의 미묘한 변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기억은 박제되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 우리가 어떤 기억을 완벽하게 박제하기 위해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기억은 더 격렬히 변화한다.

 

이런 기억 메커니즘 때문에 어떤 기억은 너무나 생생하고, 어떤 기억은 왜곡되기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