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매우 똑똑한 새로 알려졌다. 주변 사물을 이용할 줄 아는 건 기본이라, 이를 이용해서 ‘까마귀 자판기’를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다. 까마귀가 동전이나 쓰레기를 주워와 넣으면 먹이가 나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곧 실패했는데, 까마귀들이 쓰레기가 아니라 돌멩이를 넣고 먹이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런 까마귀들에게는 다른 조류에게서 보기 힘든 독특한 습성이 있다. 죽은 까마귀를 발견하면 소리를 질러 동료들을 모으고, 5~11마리 정도가 모이면 10~20분 동안 깍깍거리는 의식을 치른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까마귀 장례식’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는데, 과학자들의 연구로 그 비밀이 밝혀졌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까마귀 장례식은 ‘과학수사’ 현장이었다.
까마귀들은 장례식을 통해 동료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까마귀를 죽인 게 사람인지, 아니면 매나 부엉이 같은 맹금류인지 쉽게 구별할 정도로 똑똑하다고 한다. 게다가 죽은 동료의 곁에 있었던 사람까지 기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까마귀는 자신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의 얼굴을 약 5년 정도 기억한다고 한다. 다음에 비슷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사람으로 치면 7살 정도의 지능이라고 한다. (위 사진에서 실험 중인 사람이 가면과 가발을 쓴 이유도 까마귀가 얼굴을 기억해서 연구자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까마귀와 비슷한 까치가 반가운 손님이 오면 우는 이유도 사람 얼굴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이 오면 영역침해로 간주해 경고의 의미로 우는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동물에게 영혼이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만이 사고하는 능력이 있고, 동물을 지배할 타고난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동물에게도 지능이 있다. 심지어 사람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침팬지의 경우 순간 기억 능력은 사람보다 낫다고 한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많은 숫자를 암기하는 실험에서 사람을 압도하기도 한다. 어쩌면 인간이 가장 ‘우월하다’라는 생각이야말로 오만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참고 : 까마귀 장례식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다,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