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천덕꾸러기인데 한국에선 귀한 대접을?

 

호수나 저수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 부레옥잠.

 

 

학명은 Eichhornia crassipes. 열대, 아열대 아메리카 대륙 원산의 여러해살이풀로 물 위에 떠서 자라는 수상 식물이다. 잎자루가 둥굴게 부풀어 그 속에 공기가 들어가 물 위에 뜰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레옥잠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유는 수질 정화 능력이 있기 때문. 질소나 인 같은 영양물질 뿐 아니라 납 같은 중금속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광합성을 통해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고, 물속 생물에게 안식처와 산란처를 제공하는 등 수상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고마운 식물이다.

 

 

하지만 이토록 귀한 부레옥잠이 해외에서는 세계 10대 잡초로 불리는데…

 

 

이유는 엄청난 번식력 때문이다.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서는 한 줌의 부레옥잠이 순식간에 불어나 거대한 호수를 뒤덮어버리고, 대량으로 썩어서 수질을 정화시키는 이상으로 악화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하도 빽빽하게 자라서 물속으로 햇빛이 들어가지 못해 수중 식물과 미생물의 광합성을 막아 용존산소량을 급감시키고 배가 지나다니는 데 방해가 되어 어업에도 불편함을 끼치는 등 잡초 중의 잡초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을까?

 

 

이유는 부레옥잠이 추위에 약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부레옥잠이 전부 얼어 죽고 일부만 살아남는다. 워낙 번식력이 강해 여름이 되면 다시 활발하게 불어나지만, 아열대 지방만큼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정도로 자라지는 못한다.

 

 

아열대에서는 천덕꾸러기였던 부레옥잠이 한국에서는 유용한 식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계절’이라는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다른 나라 다른 대륙으로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던 월마트도 한국에서는 지속된 적자로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제품, 똑같은 서비스를 팔아도 미국과 한국이라는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실패를 맛봤던 것이다.

 

 

반대로 하찮고 쓸모 없는 것이더라도, 맥락이 달라지면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부레옥잠이 대표적인 경우다. 나는 이런 사례를 ‘영화’에서 많이 발견한다.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아일랜드>라는 영화가 있다. 마이클 베이가 감독하고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본토인 미국에서 처참한 흥행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흥행 성적이 좋았는데, 일단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에 무난한 블록버스터 영화였고, 당시 황우석 박사 열풍과 맞물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흥미를 끌었다. 이처럼 맥락이 달라지니 흥행 결과까지 달라진 것이다.

예측은 항상 어렵다. 맥락은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미 성공했다고 그 성공이 다른 환경에서도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실패했다고 다른 곳에서 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니 항상 맥락을 염두에 두고 생각하도록 하자. 보이지 않는 위기나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 어설픈 생물은 이용당함,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