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OO 직업을 기피한다고??

 

 

지난 1편에서는 스웨덴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많이 묻는 질문 5가지’를 다뤄보았다. 오늘은 스웨덴을 경험하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을 소개하고, 이 글의 제목이자 글의 핵심 주제인 “스웨덴은 지상낙원일까?”, 이 질문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1. 한국과 다른 ‘직업 선호도’

 

: 대한민국에서 입시 성적이 가장 좋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이 선호하는 대학은 주로 의대 또는 교대(사범대)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웨덴에서는 의사, 간호사, 교사 모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업이다. 특히 교사는 기피 직업 중 하나인데 이민자 2세 가정 또는 난민으로 막 넘어온 아이들을 케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교생 실습 전, 교육학 수업을 들으며 스웨덴 교육시스템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학교 실습을 해보며 그 환상은 와르르 무너졌다.

 

내가 방문했던 스웨덴 몇몇 학교는 혼란으로 가득했다. 교과서 없이 태블릿으로만 진행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수업시간에 스냅챗을 하고, 음악을 틀고, 게임을 했다(선생님도 포기한듯했다). 또한 스웨덴어를 잘하지 못하는 이민자와 난민 친구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며 수업에 전혀 동참하지 않았고, 참다못한 선생님은 어느 날, 고함을 지르며 “SHUT UP!!!!!!”이라고 외쳤다(이렇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도 아이들은 키득키득 댔다.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교생 실습이 끝날 때마다 나는 일기에 적었다 “내가 스웨덴 교육 담당자가 된다면 X 같은 태블릿부터 당장 없애고, 예절 교육부터 시키겠어!” 4년 전 일기를 다시 꺼내 보며, 오죽했으면 내가 이렇게 적었을까 싶다. 교사를 기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백 번, 천 번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스웨덴은 부족한 의사, 간호사, 교사 수를 채우기 위해서 외국에서 인재들을 데리고 오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교사의 경우, 더 많은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임금도 대폭 상승하였다(교사인 스웨덴 지인이 말하기를, 높은 임금 때문에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한다).

 

 

2. ‘늦은 나이’란 없다

 

: 대한민국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을 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졸업 후 바로 대학에 가는 경우가 드물다(대학 진학률이 40%로 한국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내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바로 진학한 스웨덴 친구는 딱 1명만 있었고, 대부분의 친구들은 졸업을 하면 여행을 하거나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1~3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거나 학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대학에 진학했다(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에 따르면, 입학 전형은 크게 1) 고교 내신 2) 대학 자체 입학시험이라고 한다. 실무 경험이 있다면 가산점을 얻는다).

 

그래서일까? 대학(학부)에 가면 나이 꽤나 먹은 사람들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스웨덴으로 이민을 와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는 중년의 사람들일 수도 있겠지만, 스웨덴 자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스웨덴 국민들도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곤 한다. 룬드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던 지인도 자신의 교실에 40대인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고 한다.

 

스웨덴 국민일 경우, 혹은 유럽 연합에 속해있는 국가일 경우에 학업비는 전액 무료다. 또한 풀타임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정부가 요구하는 학점 요건을 충족시키면, 한 달에 약 4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여기서 말하는 학점은 성적이 아니라, 들어야 하는 수업 학점이다). 학생 대출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대출이자가 0.34%이고, 졸업 후 상환을 시작으로 60세 전까지만 상환을 마치면 된다고 한다. 높은 세금으로 악명 높긴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으니 언제든 공부를 시작할 수 있고, 돈 때문에 공부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3. 국가에 대한 신뢰

 

: 내 주변에 있는 스웨덴 사람들은 국가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 물론 높은 세금에 불평불만을 할 때도 있었지만 국가가 내 세금을 다른 곳에 쓴다든가 부정부패를 저지른다든가 하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의 저자 라르스 다니엘손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매년 가장 높은 세금을 낸 사람들의 인터뷰가 발표된다고 한다. 이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소득이 높기에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하고, 국가가 공익을 위해 이 세금을 공정하게 쓸 거라고 믿는다고 한다(정말 멋진 마인드 아닌가…). 스웨덴 국민들은 이외에도 내가 어려움에 처하면 국가가 나를 도와줄 것이란 믿음까지 갖고 있었다.

 

 

4. 약자에 대한 배려

 

: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A라는 학생이 학업 성취도가 너무 낮고, 학교 수업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당신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보면, ‘공부를 제대로 안 하니까.’, ‘열심히 안 하니까.’라는 말을 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스웨덴에서 교생실습을 하기 전까지는.

 

2014년, 교생 실습을 할 당시 참 특이한 학생이 있었다. 그 친구는 수업 시간만 되면 맨 뒤에 비어있는 책상에 가서 다른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는 동안 노트북을 켜고 이어폰을 꽂으며 다른 일을 했다.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길래 쉬는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예요?”

 

선생님은 말했다.

 

“그 친구는 난독증이 있어 다른 방식으로 공부를 합니다.”

 

난독증이라…

 

학업 성취도가 낮은 이유를,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를 ‘난독증’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스웨덴은 특정 아이들이 왜 학업에서 뒤쳐지는지, 어떻게 해야 이들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난독증을 갖고 있기에 전문가들은 정기적으로 난독증 검사를 실시하며, 난독증으로 진단된 아이에게는 교과서가 아닌, 노트북과 음성 파일을 제공한다.

 

어쩌면 학업에서 실패를 맛볼 수 있었을 아이들. 스웨덴은 난독증뿐만 아니라 소수자, 약자, 실패자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스웨덴은 지상낙원일까?]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당장 스웨덴에 이민을 가야 할 것만 같다(나도 과거엔 그랬다). 근데 내 주변엔 이 지상낙원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여럿 있다.

 

한국인 지인 중 한 명은 스웨덴에서 직장을 구했고(주변 사람이 진심으로 부러워했다) 직장에서는 실력이 빼어난 지인이 스웨덴에 계속 머물기를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는 한국에 돌아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싱글인 외국인이 혼자서 살기엔 스웨덴은 너무 외로운 나라라는 것이다. 어렸을 적 친구가 있거나 학교에 다니는 거면 모르겠는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일만 하려고 하니까 너무 외롭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한국에서 일할 거고, 앞으로도 가족, 친구, 지인들이 있는 한국에 머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어렸을 때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스웨덴으로 이민을 갔다. 초등학생 때 이민을 갔으니 스웨덴에서 10년 넘게 산 것이다. 그런데 2014년, 가족을 남기고 혼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가족들은 스웨덴에서 살겠지만, 자신은 한국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스웨덴보다 한국의 정이 좋고, 한국 사람들이 좋고, 한국 문화가 좋다고 말했다.

 

이런 케이스는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세금, 이민자, 다양한 경험과 도전 등의 이유로 자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스웨덴 친구들도 많다.

 

다시 질문해보자.

 

“스웨덴은 지상낙원일까?”

 

과거, 나는 한국은 탈출해야만 하는 나라이고, 지상낙원인 스웨덴은 꼭 살아야만 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4년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세상 어디에도 꿀이 흐르고 행복이 넘쳐나는 ‘지상낙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을, 그리고 스웨덴을 ‘지상낙원’이라고 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약자, 소수, 실패자를 위한 안전망이 잘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언제든 약자, 소수자가 될 수 있고 실패자가 되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스웨덴 사람들도 본인들이 언제든 이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약자, 소수자, 실패자가 되었을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라는 강력한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삶에 대한 불안감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이제는 약자, 소수, 실패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한다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 통해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가 국민을 신뢰하고, 국민들 역시도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모두가 우러러보는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변화의 흐름 가운데 신 박사님, 고 작가님, 웅 이사님을 비롯한 우리 체인지그라운드 PD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있다. 우리 함께 희망을 품고 열심히 실력을 쌓아 좀 더 건강한 사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보자! 우리는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