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은 정말로 살기 좋을까?

2012년, 나는 스웨덴에 눈꼽만큼도 관심없었다.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을 보고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뿐이다(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간 친구는 수영복만 입고 학교에서 태닝을 하고 있는 친구들의 사진을 올렸다).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토플 공부를 했고, 영어 학원을 다녔다.

 

어느 날, 학원 선생님께서 한 가지 질문을 하셨다.

 

“핀란드는 어린 아이부터 시장 상인들까지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잘합니다. 근데 그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쓰는 단어가 몇 개인지 아나요?”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2천 개입니다. 2천 개면 우리나라 중학교 학생들이 외우는 정도의 수준이죠.”

 

돌로 머리를 얻어 맞은 것 같았다. 내 전공때문에 교육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이건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그날 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유튜브에서 핀란드 교육과 관련된 영상을 모두 찾아봤다. 당시, 한국 교육시스템에 회의적이었던 나는 “이곳이야!” 소리치며 핀란드로 교환학생을 지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단 몇 점의 토플 점수차로 핀란드 대학교에 지원할 수 없었고, 그렇게 대안을 찾아보던 중 ‘스웨덴’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그리고…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던 스웨덴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스웨덴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영어를 잘해?]

 

2013~14년까지만 하더라도 내 주변엔 스웨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없었다(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이다). 남자인 친구들은 즐라탄을 외쳤고, 대부분의 지인들은 내가 어느 나라에 가는지도 헷갈려했다(심지어 어머니는 “그래, 엄마 스페인으로 놀러가면 되지?” 라고 하셨다).

 

요새는 이케아, 복지, 난민 등 다양한 이유로 스웨덴을 대충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친숙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스웨덴에 다녀왔다고 하면 항상 비슷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분명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테니 ‘스웨덴에 관한 궁금증 5가지’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참고: 내 주관적인 경험 + 객관적인 정보들을 덧붙이기 위해 책 <스웨덴은 어떻게 원하는 삶을 사는가>를 적극! 참고했다)

 

 

Q1. 스웨덴은 어떤 언어를 쓰나요?

: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질문을 했다. 스웨덴은 ‘스웨덴어’를 쓴다. 근데 이 질문을 한 사람들의 의도를 살펴보면 ‘왜 북유럽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는지’에 관한 궁금증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를 잘한다. 아무리 못해도 기본 회화는 문제없이 한다. 2018년 7월, 휴가를 보내기 위해 스웨덴에 방문했다. 하루는 헬스장에 가고 있는데,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한 스웨덴 할아버지께서 내게 갑자기 스웨덴어로 말을 거셨다. 나는 “죄송합니다. 저 스웨덴어를 못해요.”라고 영어로 말했는데 그 순간, 할아버지는 스위치 불을 키듯이 0.5초만에 “아~ 우리 강아지가 이렇게 작긴 해도, 제 딴에는 지가 엄청 큰 줄 알아서 당신한테 막 짖을 수 있어요. 겁먹지 말라고요.”라고 영어로 말씀하셨다. 스웨덴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게 일상적이긴 해도 이렇게 나이 많은 할아버지께서 바로 언어를 바꾸시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스웨덴 친구가 말하기를 나이드신 분이 그렇게까지 영어를 잘한 건 젊은 시절, 외국계기업에서 일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체 스웨덴 사람들은 왜 영어를 잘하는 걸까? 교생실습을 했던 경험과 책에 나온 내용을 포함하면 3가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어렸을 때부터 영어로 쉴새없이 이야기를 한다.

 

스웨덴은 우리와 비슷하게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이 친구들은 영어로 ‘쉴새없이’ 떠든다는 점이다. 특히 내 어린시절과 비교해보면, 나는 원어민 선생님이 계실 때 말고는 그렇게 영어로 말을 많이 해본 적은 없었다. 근데 이 친구들은 선생님께서 영어와 스웨덴어로 무언가를 설명해주면 끊임없이, 정말 끊임없이 말을 한다. 먼 나라에서 온 나에게도 이 친구들은 영어로 쉴새없이 질문을 했다. 물론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은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들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만족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어떤 언어를 쓰든 ‘자신감’이 있었다.

 

 

▲Ostregardskolan에서 실습하던 시절(2014년)

 

 

둘째, TV를 틀면 영미 프로그램이 나온다.

 

스웨덴은 방송 시장이 작아서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을 영미권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덕분에 TV를 틀면 영드, 미드, 리얼리티쇼가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더빙도 없고, 스웨덴 자막만 나오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영어 환경에 노출되기가 쉽다(학교에서 배운 영어들이 집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격이다). 이 때문일까? 내 또래 친구들은 영어를 잘할 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함께 영화를 보면 그들은 깔깔 거리고 웃고, 나는 왜 웃어?할 때가 많았다).

 

셋째, 미국 대중문화를 좋아한다.

 

스웨덴이 심심하다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친구들 중 일부는 미국 문화에 심취해있기도 했다. 음악, 영화, 문학, 방송, 패션 등 그들의 삶에는 ‘미국’이 존재했다. 두 번째 이유와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자꾸 영어환경에 노출되다보니 영어로 듣고,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아까도 말했듯이 모두가 영어를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내 친구들 중에서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했던 요한나는 23살이 됐어도 매일 밤 해리포터 오디오북을 들으며 잠들었다).

 

어쨌든 정리해보면, 스웨덴은 스웨덴어가 공용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영어를 잘하므로 여행을 갈 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이민은 이야기가 다르다. 어느 나라든, 정착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언어는 필수다).

 

 

Q2. 세금을 많이 내는데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나요?

: 북유럽이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이케아 창업자였던 故잉그바르 캄프라드가 높은 세금 때문에 1970년대에 스위스로 이민을 간 유명한 일화도 안다(당시, 최상위 고소득자 5%이내 사람들은 소득의 80%를 소득세로 냈다고 한다. 현재는 30~45% 범위의 소득세가 적용된다. 부유세, 증여세, 상속세는 폐지됐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묻는다.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내면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냐고.

 

그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 학업비를 낼 필요가 없다. 사교육비도 들지 않고 의료비는 무료이거나 저렴하다(의료비 때문에 집안이 흔들릴 일이 없다). 외식비가 비싼 편인데 마트에서 사는 식료품은 저렴하므로 집에서 요리를 하면 된다. 차나 집은 대출을 받아 사면 되기 때문에 높은 세금 때문에 찢어지게 가난하다든가 생계가 어려운 일은 없다(적어도 내 주변은 그랬다).

 

 

Q3. 워라밸이 있나요?

: 있다! 회사마다 출근시간이 다르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시간에 출근해서 근무시간을 다 채우면 바로 퇴근을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야근을 강요하지도 않고, 강요해서도 안된다(그래서 내가 다니던 헬스장은 16~18시면 퇴근하고 온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하지만! 어느 직급 이상 올라가면 워라밸을 지키기가 힘들어지는 건 이곳, 스웨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인 중에 스웨덴 기업의 CEO와 CBDO가 있는데 매우 높은 강도로 일을 한다. 출근 전에 일하고, 퇴근해서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한다. 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더 성장하고 싶기 때문에 이렇게 일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 아무튼 정리해보면, 낮은 직급에 있든, 높은 직급에 있든 이곳은 워라밸을 당연시 여긴다는 것이다.

 

 

Q4. 이민자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 이민자 또는 난민에 대한 인식은 사람들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고, 배척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몇 년 사이, 난민들이 대거 유입됐는데 이들이 자기들만의 집단을 만들고, 스웨덴 정부에 항의하고, 데모하는 모습 때문에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안좋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어도 열심히 배우고, 이 사회에 열심히 통합하려는 이민자, 난민에게는 마음이 많이 열려있는 것 같다.

 

 

Q5. 스웨덴의 겨울은 혹독한가요?

: 지역마다 다르다. 스웨덴은 남북으로 긴 형태여서 지역별로 날씨가 천차만별이다. 북부는 지독할만큼 춥다고 들었고(안 가봤다), 남부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다. 지난 1월에 말뫼라는 남부 도시에 있었는데, 서울보다 훨씬 따뜻했다. 따라서 겨울에 스웨덴으로 여행을 간다면 어느 지역에 가는지 꼭 체크하고 옷을 잘 가져가길 바란다.

 

**팁: 스웨덴을 여행한다면 ‘날씨’를 주제로 스웨덴 사람들과 스몰토크를 해보자! 첫만남에 나이, 직업, 결혼유뮤를 묻는 것은 굉장히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물었던 질문은 이렇게 5개 정도로 추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2편에서는 스웨덴에서 교환학생&교생 실습을 하면서 느꼈던 이야기와 최근에 몇 차례 방문하면서 흥미로웠던 점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더불어 마지막엔 ‘스웨덴은 지상낙원일까?’에 대한 개인적 결론이 있으니 기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