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보고~ 조리 봐도~ 알 수 없는” 공룡이 있다. 펭수의 남극유치원 선배이자 토종 캐릭터의 자존심 둘리다. 1억년 전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빙하를 타고 한국에 떨어져, 타조 또치, 깐따삐아 별 왕자 도우너 그리고 고길동 아저씨의 조카 희동이 등과 친구가 된다.둘리와 함께 살지만 사사건건 둘리와 부딪히는 고길동 아저씨는 이 만화에서 주인공과 대표적인 갈등관계에 있다. 어렸을 땐 어쩔 수 없이 한국으로 떠밀려온 주인공을 쫓아내려고 하는 길동 아저씨가 왜 이렇게 미워보였는지 모른다. 마치 한 집에 살면서 생쥐 제리를 괴롭히려는 톰처럼 말이다. 하지만 제리에겐 꾀가 있고 둘리에겐 초능력이 있었으니… 고길동 아저씨가 아무리 애를 써도 둘리와 친구들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서 다시 본 아기공룡 둘리 만화(영화 버전도 있다)에서 고길동 아저씨가 달리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웃긴대학’에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어릴 적엔 마냥 얄미워보였던 고길동 아저씨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정심이 가고 급기야는 만화 캐릭터를 넘어 현실세계로 당장이라도 소환시키고픈 사람이 된다. 고길동 아저씨는 사실 알고보면 1980년대 꽤나 부유하게 살았던 어른이었다.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에 따르면, 고길동 아저씨는 1980년대 중반 30대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2층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했으며 자녀와 조카 뿐 아니라 낯선 동물과 외계인 등을 부양했던 능력자였던 것이다. 이런 능력자를 둘리는 자신의 뜻대로 해주지 않는다며 초능력으로 괴롭혀 왔다. 둘리와 친구들 때문에 길동 아저씨와 아저씨 주변에 입힌 피해 목록이다.
어릴 때 즐겨본 만화들이 어른이 되고 나면 주인공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다르게 보이는 것일까. 공룡임에도 사람의 말을 할 줄 알고 초능력을 부리는 둘리보다, 이를 수습하느라 바쁘고, 가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길동 아저씨의 모습에 더욱 공감이 가는 요즘이다. 고길동 아저씨가 우리를 더욱 짠하게 만드는 건, 둘리와 친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도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또 일상을 살아가고, 어김없이 둘리와 친구들에게 ‘어른’의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 때문이다. 1980년대 길동 아저씨와 비슷한 나이를 먹어서 공감이 가는 것일까. 아무쪼록 고길동 아저씨의 30대보다 더욱 팍팍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참고
1) <나이 먹을수록 반응이 달라진다는 사진…..jpg>, 웃긴대학(링크)
2) <고길동이 둘리에게 입은 피해 정리>, 부산대 학생 커뮤니티(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