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그림을 전문가들은 대놓고 무시했다

동그랗게 부푼 머리의 밥 로스 아저씨는 아무리 초보자라도 자신의 지시를 따르면 26분 만에 완벽한 풍경을 그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충 그리는 것 같은데 그가 손을 대면 완벽한 풍경이 만들어졌다. 편집 없이 진행되는 26분의 방송 시간 동안 사람들은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밥 로스가 진행했던 PBS의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The Joy of Painting)은 우리나라에서는 EBS에서 ‘그림을 그립시다’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이 그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밥 로스가 같은 그림을 세 번씩 그린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촬영 전에 하나, 촬영 중에 하나? 그리고 촬영이 끝나고 하나를 더 그렸다. 프로그램은 31시리즈로 시즌마다 13 에피소드가 있었고 에피소드마다 그림이 3가지 버전이 있으니 방송에서 그린 그림만 1,209점(31x13x3= 1,209)이나 된다. 그가 평생 그린 그림은 3만 점이 넘는다.

 

혹자는 빨리 대충 그렸으니 그렇게 많이 그렸을 수도 있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당시 미술계에서도 그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들은 밥 로스의 그림을 피자 가게에 걸려있는 싸구려 그림이라며 대놓고 비아냥거리거나 비전문가가 비전문가들을 가르치는 티비쇼라고 평가를 거부했다. 하지만 대중들은 밥 로스를 좋아했다. 사람들이 그를 사랑한 이유는 그가 그림을 그리고 설명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그는 방송에서 그림에 빗대어 인생 조언을 해주곤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전국에서 많은 분이 저에게 카드와 편지를 보내서 이렇게 묻습니다. “밥 아저씨 만약 제가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망치면 어떻게 하죠?” 저는 여러분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그림을 두고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항상 말하는 것이 있죠. 우리는 실수를 한 것이 아닙니다. 행복한 사고에 부딪힌 것뿐이죠.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행복한 사고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I get so many cards and letters from people all over the country saying, “Bob what should I do if I’m in the middle of painting and decided I don’t like it or god forbit it goes sour?” Well, I don’t like to start off with something you haven’t already done. You know, over and over again I say, We don’t make mistakes. We have happy accidents. So today, let’s have a happy accident and see what we can make out of it.”

 

가끔 밥 로스는 26분의 방송이 끝나기 30초 전에 갑자기 그림 밑에 죽은 나무를 그리겠다며 굵게 선을 그려 제작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이런 메세지를 던져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렇게 해도 괜찮아.” “저렇게 해도 괜찮아.” 그가 반복해서 말하는 “Happy accidents”는 어떤 일이 닥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의 방송을 시청한 많은 사람들은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그림 그리는데 매력을 느끼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995년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밥 로스의 유튜브 채널은 394만명이 구독했다.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여전히 그의 방송을 본다. 그의 그림을 비아냥 거렸던 “전문가”들도 그가 유화를 대중화시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참고
밥로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user/BobRossInc)
<Where Are All the Bob Ross Paintings? We Found Them.>, 뉴욕타임즈 유튜브
<TELEVISION; Bob Ross, the Frugal Gourmet of Painting>, nytimes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