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친구 무용론

우리는 인생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살아가면서 행복감을 주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 또한 ‘유대’다. 사람은 관계를 맺으면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관계 속에서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인간관계의 대부분이 친구로 구성된 20대의 경우에는 더더욱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친구들은 때론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함께 보낸 시절을 추억하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적지 않은 경우가 친구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영하 작가는 산문집 <말하다>에서 친구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친구 관계에 그동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고, 그 점이 후회된다고 밝혔다. 이 점에서 정말 많은 공감을 했다. 우리가 알게 친구들 대부분은 학창 시절에 만났다. 학교에서의 친구들과는 추억이 가득하지만, 우리는 우연히 같은 반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친해진 관계에 더욱 가깝다. 즉, 친구들 사이의 관계에는 일종의 운이 있었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친구들과의 약속 자리를 거절하기가 어렵고, 각각 성향이 다른 친구들을 맞춰주는 것도 상당히 까다로웠다. 나이가 서서히 들면서 각자의 성향도 달라지고 추구하는 가치관도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그렇지만 친구라는 관계를 누구나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쉽사리 그 끈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갈등도 많이지고 어느 순간 관계에 대해서 허탈함을 갖게 되기도 한다. 수많은 술자리와 그냥 주말이 되니 잡는 친구와의 약속. 그 자리에서 물론 좋은 대화를 나누고 친구와 우정을 쌓지만, 그것이 전부만은 아니다. 그런저런 약속들에서 낭비한 시간과 에너지도 상당하다. 그저 만나서 이야기만 하고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갖는다면 결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만은 아닐 것이다. 

 

모든 선택의 밑바탕에는 포기가 있다. 친구와의 만남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과 취향에 귀 기울이는 시간 그리고 영혼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을 잃는다. 김영하 작가는 그래서 20대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여 친구를 만난 것을 후회한다고 전했다. 습관적으로 약속을 잡거나 심심할 때 그저 친구와 연락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면, 지금 자신의 내면을 채울 시간을 서서히 잃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언제든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자존감을 채우는 것이며, 친구 관계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자신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기가 1순위가 되어야 한다.

 

참고 <말하다>,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