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면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지만. 이 외에도 천공의 섬 (날아다니는 섬)과 말이 지배하는 나라(후이늠국) 여행기도 있다. 소재부터 흥미롭지만. 단순히 재미있는 여행기는 아니다. 숨겨진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가득해서 한때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3편 천공의 섬을 탈출한 걸리버가 도착한 곳이 영생의 섬, 죽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섬이다. 영생의 섬에 사는 죽지 않는 인간, 스트럴드브러그는 태어날 때 얼굴에 붉은 점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젊음을 유지한 재 죽지 않는 것이 아니라 노인으로 영생을 살아가는 데다 젊어서의 기억을 점차 잃어간다. 걸리버는 이 섬에서 영생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체험한다. 이 부분에서 김기열 교수님이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조너선 스위프트는 이 섬에 사는 죽지 않는 인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죽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의 욕구를 ‘불사’와 ‘불로’로 구분했다는 것이다.
김기열 교수님은 불사 (죽지 않는 것)의 욕구는 관계로부터 온다고 설명한다. 죽음은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고 내 존재는 관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죽기 전에 ‘나에게는 처자식이 있다’고 목숨을 애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가 누구와도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해보자.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반면 불로 (늙지 않는 것)은 인정 욕구에서 온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젊어 보인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그것을 나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인정받는 데서 오는 기쁨이다.
그렇다면 불로(관계)와 불사(인정) 욕구를 동시에 충족할 수는 없을까? 김기열 교수님이 소개해 주신 방법을 듣고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바로 이것이다. “소중한 관계가 나를 인정하는 것” 저자가 영생의 섬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이 이렇게 현실의 행복을 찾지 않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을 비판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동안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편지에 적어 전달해보자. “부모님의 평생이 있었기에 제가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OO야 평생 내 친구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다.
참고
<걸리버 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책 읽어드립니다> 30화, tvN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