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속는 피부에 관한 8가지 거짓말

인터넷이 발달하면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정보화 천국이 될 거라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짜 뉴스가 판치는 상황이다. 이런 가짜 뉴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유사 과학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과학으로 포장해서 이걸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현상이 유독 심하게 벌어지는 분야가 바로 미용 분야다.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 한마디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과연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 중에 근거 없는 낭설이었던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 <피부는 인생이다>에서 알 수 있는 피부와 관련된 유사 과학 케이스를 알아보자.

 

 

1) 블랙헤드는 불결해서 생긴다?
흔히 블랙헤드를 두고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먼지가 모공에 쌓여서 생기고, 따라서 깨끗이 씻지 않는 것이 블랙헤드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다. 실제로는 죽은 피부 세포와 피지가 모공 맨 윗부분을 막은 상태에서 산소에 노출되었을 때 산화 반응이 일어나 검회색의 찐득한 물질로 변하면서 생기는 게 블랙헤드다. 따라서 피지가 많거나 여드름이 생기는 사춘기에는 블랙헤드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2) 초콜릿을 많이 먹으면 여드름이 생긴다?
식품과 피부와의 상관관계에서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이지만, 이 또한 잘못된 정보다. 과학계에서는 초콜릿이 여드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당이 다량 함유된 식품에 의존하면 여드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초콜릿은 사실 지방 함량이 높고 혈당지수가 낮아서 몸 속에 들어가면 당이 천천히 흡수된다. 흥미롭게도 초콜릿이 여드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무려 40년 전에 밝혀졌지만, 현재까지도 이에 관한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3) 항산화 성분은 피부암에 효과가 있다?
세포에서 일어나는 해로운 산화 반응을 낮춰준다는 항산화 성분은 미용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이러한 성분이 함유된 보충제를 먹으면 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알려졌지만, 현재 이에 관한 과학적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 C, E 등의 항산화 성분이 피부암 발생 확률을 감소시킨다는 확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산화 성분은 몸에 좋다는 식품 광고마다 꼬박꼬박 등장하고 있다.

 

 

4)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미용과 관련하여 가장 어이없는 낭설의 주인공이 바로 물이다. 물이 생명의 근원인 만큼 몸에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하루에 4L 이상 물을 마시라는 얘기도 있고, 육각수, 이온수, 수소수 등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몸에 좋다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전부 다 근거 없는 낭설이다. 심지어 각종 매체에서 피부를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도 거의 없다. 물이 부족하면 피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지만, 평균 이상으로 물을 과도하게 많이 마실 필요는 없다. 가장 좋은 섭취 방법은 그냥 목이 마를 때 물을 마시면 된다.

 

 

5) 젊음의 묘약, 콜라겐?
젊음의 묘약으로 알려진 콜라겐은 사람 피부의 75%를 구성하는 단백질로 피부의 구조를 이루고 피부가 팽팽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콜라겐을 바르거나 먹으면 피부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피부 속으로 들어오기에는 콜라겐 분자의 크기가 너무 크다. 따라서 콜라겐 크림을 발랐을 때 나타나는 모든 효과는 콜라겐의 효능이 아니라 수분이 공급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 콜라겐을 먹는 경우에도 위산에 의해 콜라겐이 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콜라겐 섭취와 관련하여 가장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 연구의 경우 피험자가 겨우 18명에 불과했다. 현재까지는 콜라겐이 피부 미용에 좋다는 주장은 통계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6) 마시는 선크림?
최근 마시면 몸에서 ‘스칼라파’가 방출되어 피부 표면을 따라 진동하면서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다는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 약장수나 할 법한 허풍에 불과하다.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이 함유되어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고 손상된 피부를 회복한다는 제품도 있다. 이 또한 근거가 없고, 당연히 선크림만큼의 자외선 차단 효과도 없다. 햇빛은 피부암에 가장 치명적인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짜 선크림 드링크를 마시고 태양 아래 장시간 노출되면 웃고 넘길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선크림을 바르자…)

 

 

7) 피부 노화를 막아주는 LED 마스크?
LED 광선요법은 유명 인플루언서 코트니 카다시안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LED 마스크는 여드름 방지부터 노화 예방까지 피부 미용을 위한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고농도 청색광이 실험실 조건에서 특정 세균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것이 여드름이 치료된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이 외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름 개선 등 다양한 효과가 실제로 검증되지 않았으며, 미용 효과가 있어도 너무 미미해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다.

 

 

8) 비타민 D를 얻으려면 햇빛을 쐬라?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와 근육에 악영향을 끼친다. 비타민 D를 얻는 방법은 간단하다. 햇빛을 쐬면 된다. 문제는 햇빛이 피부암의 가장 강력한 발병 원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미국피부과학회는 ‘태양을 찾아다니지 말 것’을 권장한다. 대신에 식생활과 보충제로 비타민D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각종 보충제와 영양제를 먹고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게 비타민 D가 아닐까 싶다. 태양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자. (선크림도 잘 바르자)

 

덧. <피부는 인생이다>에는 유용한 정보 외에도 흥미롭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 있다. 내가 가장 빵 터진 이야기는 브라질리언 왁싱으로 사면발니가 멸종 위기를 맞았다는 이야기였다. 사면발니는 사타구니, 겨드랑이, 수염, 속눈썹 등 털이 빼곡하게 자란 곳에 서식한다. 성접촉으로 인해 옮겨가지만, 병을 옮기지는 않는다. 대신 가렵고 수치심을 일으켜 불편함을 초래한다. 그런데 최근 브라질리언 왁싱이 성행하면서 사면발니의 멸종에 가속도가 붙었다. 음모를 제거하자 살 곳은 잃은 사면발니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사면발니가 멸종할 위기에 처하자 네덜란드 생물학자 키이스 모엘리커는 사면발니를 수집해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에 보관했다고 한다.

 

참고 : 책 <피부는 인생이다>

 

※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