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살 돈이 없어서 반장 선거 포기했어요

어렸을 때 나는 반장을 많이 했었다. 성적을 잘 받기도 했고, 친구들과도 허물없이 잘 지내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나서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반장 될까 봐 항상 조마조마했었다? 반장 학부모는 할 일이 많거든. 소풍 가면 선생님 도시락 준비해야지, 스승의 날에 선물도 사야지. 가뜩이나 집에 돈도 없는데 너 반장 되면 어뜩하나 조마조마했었어.” 고등학교 때 이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는 반장 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나가더라도 ‘별로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요즘 아이들도 겪고 있는 모양이다.

 

 

 

그나마 나는 어릴 적에 반장을 많이 해서, 고등학교 때 반장을 하지 않는다고 딱히 서글퍼진 적은 없었다. (아니면 그냥 내가 이런 쪽으로 둔감한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반장이 정말 하고 싶은 아이었다면 마음속에 상처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졌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없어져야 할 적폐가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 반장에 당선되면 한 턱 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걸까? 만약 이게 국회의원 선거였다면? 이 또한 일종의 금권 선거로 당연히 선거법 위반이다. 반장 선거가 투표와 민주주의에 관한 교육을 겸한다고 한다면 반장에 당선됐다고 한 턱 내는 일을 담임 선생님이 나서서 말려야 한다. 하지만 당선됐다고 햄버거 한턱 쏘는 일은 내가 학창 시절 때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심지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게다가 이런 문화 때문에 가난을 이유로 반장 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 된다. 현대 민주주의는 인간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한다. 달리 말하자면, 부자도 한 표, 빈자도 한 표를 행사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원칙을 세우고 있고, 금권 선거 같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아도, 선거 운동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결국 가진 자가 승리한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리고 위 이야기는 이러한 비극이 초등학교까지 번졌다는 걸 의미한다.

 

아이들이라서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아이들의 선거일수록 더 투명하고 올바른 것만 보여주어야 한다. ‘이래도 괜찮아’라는 인식이 퍼지면 원리 원칙은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 부디 이와 같은 적폐가 빨리 사라지기를 기원한다.

 

참고 : 햄버거 살 돈이 없어서 반장 선거 포기한 초등학생,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