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덜덜한 세계 보디빌딩 대회 1위의 몸매

세계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나를 포함해 사람들은 결과만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저 부러워하기 바쁘다. 한 커뮤니티에 세계 보디빌딩 대회 1위 선수의 사진이 올라왔다. 역시 사람들은 환상적인 몸매를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감탄과 동시에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이 밀려왔다. 일종의 안쓰러움 혹은 경외감이랄까? 저런 몸매를 갖기 위해 겪었을 고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허영만 화백이 지은 <식객>이라는 작품이 있다. 거기에는 ‘도시의 수도승’이라는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전문 보디빌더를 소재로 다루고 있었다. 보디빌더의 삶은 고행 그 자체였다. 운동 자체도 힘들지만, 더 고역은 식단이었다. 만화에 등장하는 보디빌더의 주식은 닭가슴살이었는데, 기름도 소금도 넣지 않고 먹었다. 솔직히 음식이라기보다는 단백질 보급제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는 상차림이었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이 있었다. 바로 식욕이었다. 아무리 오래 닭가슴살만 먹는다 해도 닭다리 맛을 잊을리는 없다. 닭다리뿐이랴, 피자, 탕수육, 족발, 보쌈. 전화만 걸면 이 맛난 음식을 모두 먹을 수 있지만, 보디빌더는 그 모든 유혹을 참아냈다. 심지어 주인공이 보디빌더를 위한 음식이라며 샤브샤브를 준비해줬지만, 이마저도 거절했다. 고기 몇 점에 근육이 묻힐 수도 있다면서…

 

나는 이런 행동이 일체의 유혹을 거절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다. 몇 년을 닭가슴살만 먹었는데, 닭다리 한 점을 먹으면 기분이 어떨까? 정말 한 점만 먹고 넘길 수 있을까? 아마 맛의 유혹이 더 무섭게 몰아닥칠 것이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일체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성공에는 그에 걸맞은 고행이 따르는 법이다.

 

나도 다이어트 한다며 닭가슴살 위주로 먹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못 할 짓이었다. 한 3일 먹으니 입에서 닭똥 냄새가 나고 일주일을 먹으니 옆집에서 밥만 지어도 음식 냄새가 느껴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말 후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한다) 결국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고행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런 짓을 몇 년이나? 그 고통을 생각하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고, 동시에 무한한 존경심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세계 1등 선수는 슬퍼하진 않을 것이다. 본인이 거둔 성과를 만끽하며 큰 기쁨을 누릴 것이다. 어쩌면 과정의 고통이 컸기 때문에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고통과 기쁨은 동전의 양면이 아닐까 싶다. 고통이 클수록 기쁨도 커진다. 고통이 작으면, 기쁨도 작아진다. 무섭고도 엄정한 세상의 진리다.

 

지금도 성공을 위해 고통을 참아가며 노력하는 수도승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성공의 기쁨도 커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원칙을 지켜가며 해내기를 바란다. 세상의 모든 수도승들이여 화이팅!

 

참고 <세계 보디빌딩 대회 1위.jpg>,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