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계약대로 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근로 계약을 할 때는 연봉뿐만 아니라 “휴가”에 대해서도 계약을 한다. 1년에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법적으로 최소 15일에 유급휴가를 지급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계약 정도가 아니라 “법”이다. 이렇게 법적으로 그리고 계약으로 약속한 휴가를 아직도 제대로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휴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왜 자기 휴가를 쓰는데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병가를 쓰든 휴가를 쓰든 어쨌든 업무에는 분명히 지장이 없는 것은 팩트로 보인다. 그런 상황이면 내 연차가 남았는데 그것을 쓰고 죄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게 정말 상식적인 일인가?
우리나라는 조직문화는 너무 후진적이어서 몇 개만 고쳐도 정말 국민 행복도가 어렵지 않게 20~30%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첫 번째는 일 다 했으면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퇴근하기. 두 번째는 원하지 않는 회식은 절대 하지 말고 만약에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서 해야 한다면 점심시간 + 업무시간 30분에서 한 시간 할당해서 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차 사용 좀 자유롭게 하기. 예전에 회사 다닐 때 연차 신청할 때 그 사유를 적어내는 것도 사실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냥 내 휴가 내가 쓰는 데 사유는 왜 써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내가 중소기업이지만 회사를 시작하면서 단단히 마음먹고 시작했던 부분은 휴가이다. 동료 직원들과 업무 협의만 잘 끝내면 그냥 통보하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이라서 줄 수 있는 돈이 한계가 있으니 휴가라도 일단 많이 주자는 마음으로 기본 휴가를 20일로 시작했고 이제는 22일까지 되었다. 내년에는 23일로 늘릴 예정이면 궁극적으로 30일까지 채워보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면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공휴일을 잘 포함하면 40일 이상 연속으로 쉴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재충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계산이었고 지금도 붙여서 한 달 씩 휴가를 가는 친구들도 회사에 많다.
내가 이렇게 직접 의사결정권자가 되어서 일단 휴가부터 조금 자유롭고 넉넉하게 쓸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만드니깐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정말 조직문화가 중요하지만 따지고 보면 별것 없다. 상식만 지키고 내가 부하직원일 때 조금 눈치를 안 보고 하고 싶었던 일들 해주게 하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이다. 제발 많은 관리자와 의사결정권자들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조직문화가 여기저기로 퍼졌으면 좋겠다.
출처 <늦은 여름휴가 쓰면서 거짓말 하는데 너무 죄책감 들어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