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속 깊은 연예인 중 하나가 바로 강호동이다. 위압감 넘치는 덩치와 센 말투.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독불장군 같다. 하지만 종종 드러나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해가 갈수록 그 깊이도 깊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잠정 은퇴 등의 시련을 겪은 뒤에는 본인 삶에서 우러나오는 인생 명언을 들려주는 기분이다. 그런 그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원래 한 권 읽는 사람이 제일 무섭거덩!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야! 안 읽는 사람이 아니야! 한 권 읽는 사람의 철학이 제일 무서운 거야!”
천하장사도 무서워하는 사람이란 ‘한 권 읽은 사람’이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책을 많이 읽은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겸손하다. 알면 알수록 알아야 할 것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공부하면 할 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럼 한 권도 안 읽은 사람은 어떨까 이들도 겸손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어디 가서 잘난 척하지 않는다.
그럼 어깨뽕이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일까? 한 권만 읽은 사람이다.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아주 보잘것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대단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한 권의 책만으로 세상 전부를 이해할 수 있다고 자만한다. 그렇게 아는 게 많다고 자신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한 권의 책만으로 세상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다. 세상은 복잡하다. 처지가 다르고 맥락이 바뀌면 결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단정하는 사람은 때로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더닝 크루거 효과’라고 한다)
강호동은 어떻게 이런 식견을 갖추게 되었을까 그 첫 번째 비결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과거 강호동은 방송 중에 좋은 글귀를 한두 개씩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독서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 남모르게 많은 책을 읽었을 것이다. 두 번째 비결은 좋은 멘토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한 권 읽은 사람이 무섭다는 강호동의 말은 그의 멘토인 이경규의 발언을 떠오르게 한다.
강호동은 한때 억울한 탈세 혐의를 받고 잠정 은퇴를 하기도 했고, 복귀 후 한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꾸준한 자세로 임했고, 다시 대한민국 최고의 MC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앞으로도 이처럼 울림이 깊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참고
1) 더닝 크루거 효과, 위키백과
2) [라끼남]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 이토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