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라는 말을 아는가? 지금은 쓰지도 않는 옛말이 되었지만, 20세기 말에는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단어였다. 그리고 이제는 지구촌이 현실로 다가왔다. SNS가 등장하고, 무선 통신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보급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나는 방금도 미국에 사는 친구와 올해 개봉한 영화가 어땠는지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무 때나 알제리에 사는 친구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20년 전에는 꿈만 같았던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그 세상이 마냥 장밋빛일까? 지구촌이 현실이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한 커뮤니티에 그 적나라한 현실을 반영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업체는 인건비가 싼 몽골의 개발자를 연결해 적은 비용으로 개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광고를 100% 믿을 수는 없다. 몽골의 개발 여건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막상 일을 맡겼는데 만족할 만한 결과나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일을 맡은 개발자가 잠적해버리면 정말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이 광고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국제노가다시장(?)이 열렸다는 점이다…
지구촌의 다른 말은 ‘전 지구적 무한 경쟁’이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 사는 개발자들과 경쟁해야 했다면, 이제는 저 멀리 몽골에 사는 개발자와도 경쟁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실력이 동급이라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 똑같은 결과물을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얻을 수 있는데, 어느 고용주가 그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특히 공학 계열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더 심하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만국 공통이다. 몽골 사람도 한국 사람도 미국 사람도 똑같이 Python과 JAVA를 쓴다. 꼭 IT 분야만 이런 것도 아니다. 나만 해도 학부생 때 영어 논문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술술 읽었다. 과학이라는 공용어를 쓰기 때문이다. 대부분 전문 용어가 등장하고 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짧은 영어 실력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라면 영어 신문보다 논문이 더 읽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한 경쟁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당신이 실력만 있다면 한국에 머물 필요가 없다.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할 수 있다. 흔히 경쟁이 심해지면 위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기회다. 당신에게 실력만 있다면 지구촌만큼 실력 발휘하기 좋은 기회가 없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지구촌과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게임을 좋아해서 e스포츠를 즐겨 보는데, 최근 ‘철권’이라는 게임 종목에서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했다. 원래 이 게임은 한국과 일본 선수가 대회를 휩쓸던 분야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파키스탄 게이머가 등장해 한국과 일본 게이머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결국, 그 선수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고, 이후 더 기상천외한 발언을 했다.
“파키스탄에는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최소 15명은 있다.”
아마 과거였으면 파키스탄 고수들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이 세계에 진출하고 있다. 하물며 게임이라는 취미 분야에서도 이런데, 돈이 오가는 비즈니스 분야는 얼마나 살벌해질까? 기술 발달을 마냥 좋아만 할 게 아니다. 준비하고 실력을 쌓지 않으면 언제 경쟁에서 도태될지 모른다. 우리가 자기계발을 멈추면 안 되는 이유이다.
참고 <개발자 한명에 인건비가 백만원도 안된다고??? .jpg>, 클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