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에 그림을 시작한 할머니의 그림이 14억원에 팔리다

사람들은 모지스 할머니에게 늘 늦었다고 말했다.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라고 생각한 78세에 붓을 들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농부의 아내로 어렵게 살았던 모지스 할머니는 75세가 되던 해 손자의 방에서 ‘우연히’ 그림물감을 발견한다. 어릴 적 화가가 꿈이었던 할머니는 손자의 그림물감으로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던 할머니의 그림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마을 약국에 붙어있던 할머니의 그림을 ‘우연히’ 약국을 방문한 미국의 유명한 미술 수집가, 루이스 칼더에게 발견되면서다. 그는 할머니의 그림을 한 장에 3달러에서 5달러를 주고 10여 점을 산 뒤 뉴욕 맨해튼의 고급화랑가에 전시했다. 그런데 첫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이 모두 팔려나간 것이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그림을 그린 주인공이 80세에 가까운 시골 할머니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반응을 뜨겁게 만들었다. 모지스 할머니가 여든 살이 되었을 때, 할머니의 그림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무명의 미국 화가전’에도 등장했다. 이때만 해도 할머니의 이름을 내세울 수 없어서 “어느 농부의 아내가 그린 그림들”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모지스 할머니의 나이, 80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더 드라마틱하다. 돌아가신 101세까지 무려 1,600점을 그렸는데, 그중 250점은 100세 이후 약 1년 동안 그린 그림이다… 뉴욕시는 그녀의 100세 생일을 기려 ‘모지스의 날’을 만들었고,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는 15번의 특별전이 열렸다. 1949년 트루먼 대통령은 ‘내셔널프레스클럽’ 여성 트로피를 수여했다. 처음 그림 한 장에 3~5달러에 팔렸던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8천 달러에서 1만 달러로 치솟더니, 나중에는 100만 달러까지 호가하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늘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조금 더 일찍 그리기 시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그때마다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딱 좋은 때이죠.”

 

모지스 할머니의 삶을 보며 그녀의 그림이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 이유는 그림의 타고난, 숨겨져 있던 재능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그녀가 처음 그렸던 그림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1918년에 처음 그렸던 그림 (루이스 칼도어는 1938년에 그녀의 그림을 발견했다)

 

할머니의 그림이 특별했던 것은 평생을 농부로 고단하게 그러나 누구보다 부지런히 살았던 그녀의 삶이 닮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농사만으로 생계를 잇기 어렵자 소를 키우며 버터를 팔았고, 농사를 짓지 않는 겨울 동안은 단풍나무에서 수액을 받아 밤낮으로 졸여서 단풍나무 시럽을 만들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버터를 만들었던 경험은 “애플 버터 메이킹”이라는 그림으로, 단풍나무 수액을 받아 시럽을 만드는 과정은 “슈거링 오프”이라는 그림으로 남겨졌다.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더난 뒤 한참 후인 2006년에는 “슈거링 오프”는 120만 달러(약 14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슈거링 오프 (Sugaring Off, 1955)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기억에 새길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인생을 “누구보다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고 평하는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에 답이 있을 것이다. 힘들고 지난한 하루하루를 불평하고 짜증을 내는 마음으로 살았다면 자신의 모든 경험을 이토록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경이 없어서 좋았던 것이 아니라 역경의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었다는 것이 존경스럽다. 나도 모지스 할머니를 달은 인생을 살고 싶다. 언젠가 내 인생을 돌아보면 마치 좋은 하루였던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것입니다.” -Grandma Moses

 

참고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 이소영
<78세에 붓을 잡은 국민화가, 그랜마 모지스>, voakorea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