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살아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은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나이가 들어서도 아프지 않고, 하고 싶은 활동들을 충분히 하다가 생을 마감하길 바란다. 또 하나,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내가 죽으면 내 장례식엔 몇 명이나 올 것인지, 내가 떠나도 사람들이 나를 언제까지 기억해줄 수 있을까. 만약 모든 이가 나를 떠나가더라도, 내가 눈감기 직전까지 나에게 남는 건 내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과의 기억일테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에는 타인이 나란 존재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최후의 개인정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토랜드에 올라온 사진(위쪽)이 시선을 붙잡았다.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닌 기억이 남는다는 말에 공감했다. 돈은 언제나 내것이 아니라 돌고 돌기에 남지 못하며, 명예도 내 위치가 바뀌면 쉽게 사라진다. 하지만 기억은 다르다. 내가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기억이 되고, 회자가 된다면 나는 영원히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것이다. 2년 전에 본 디즈니 애니매이션 영화 ‘코코’에서도 진짜 죽는다는 건, 심장이 멈추고 육신이 썩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걸 의미했다. 죽어가는 증조할머니 코코 함께 고조 할아버지의 유작 ‘기억해 줘’를 함께 부르던 손자 미구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위 감동과는 별개로 같은 현수막을 보고 이렇게 보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거의 비슷한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돌고 있었는데 아래 사진설명에 순간 실소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먼 훗날, 내 삶을 돌이켜볼 때쯤 내 삶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잘나갔을 때의 기억,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기억? 세속적인 욕심을 모두 버린 사람처럼 단순히 소중한 기억만 남겨도 충분합니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그때를 살아갈 순간순간의 기억도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할테니 말이다. 이왕이면 ’71억’도 남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더 좋은 기억만 남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기억이 남든 71억이 남든 중요한 건 이 모든 것들은 내가 기억하는 것이든, 타인이 나를 기억하는 것이든 좋은 것으로 남아야 한다는 거다. 같은 사진을 바라보는 두개의 메시지가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화자의 욕심에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마무리 되는 순간이다. 하나만 고르라고 하기엔 돈도 기억도 모두 긴밀하게 연결 돼 있는 삶의 요소다.
참고
1) <결국 인생에서 남는 건….>, 이토랜드(링크), PGR21(링크)
2) <네이버 영화 ‘코코’ 스틸컷>,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