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절대적 정답이란 것은 없다. 상황에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중요하다. 김치찌개가 최고로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된장찌개가 더 끌리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 강호동의 ‘라끼남’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는 TV가 없어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만 본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방송 초반에 강호동이 했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최고로 맛있는 라면이 그 상황이 만들어졌을 때이다.” 이런 식의 말이었다. 충분히 공감한다. 배고플 때 라면과 국물에 말아 먹는 밥 한 그릇은 진수성찬 부럽지 않다.
그럼 각자가 처한 경제적 상황에 대한 관점도 다르기 마련이다. 한 커뮤니티에 다음과 같은 사연이 올라왔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많이 공감했다. 그리고 어떤 긍정적 기운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현재 나도 부모님도 소득 구간 상위 1%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IMF 시절에 어머니가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근로사업(주로 환경미화)에 나가지 않으면 당장 먹고살기가 어려울 정도로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단순이 있다기보다는 길었다) IMF 전에는 그냥 평범한 가정이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인생 최고의 순간이 있는데,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께서는 건설회사 현장 소장으로 근무하셔서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지 않으셨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차에 태웠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텐트 안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밤에 온 가족을 청평으로 데리고 가서 짧은 2박 3일(정확하게는 2박 2일)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서둘렀던 것이다. 아버지는 거기서 스팸이 잔뜩 들어간 자신만의 찌개를 끓여주셨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가 해준 요리를 먹어봤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종종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게 내 인생 최고의 기억 중 하나이다. 이제 우리 가족은 소득이 높아져서 여행을 갈 때는 항상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호텔도 최고급 호텔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다닌 여행 중에 내가 청평에서 느꼈던 기쁨을 이긴 것이 있을까? 없다. 아버지를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들의 아쉬움과 최고의 찌개가 만난 절묘한 조합은 평생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인생은 상대적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너무 쉽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글조차 그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위의 글을 읽고 대단히 긍정적인 기운을 느꼈지만, 베스트 댓글을 보면 아니라고 느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첫 번째 댓글은 모욕 없이 의견 제시를 해줬으니 개인의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댓글은 다르다. 열심히 사는 누군가의 삶을 ‘거지 같다’라고 표현했다.
일단 나는 두 번째 글을 쓴 사람을 ‘쓰레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내 정의조차 철저하게 내 주관적인 결정이다. 누군가는 두 번째 댓글에 동의할 수 있고 내 글에 대해 여전히 비판을 가할 수 있다) 일단 거지의 정의를 모르는 것 같다. 거지는 노동 없이 구걸로 살아가는 사람을 지칭한다. 위의 사연은 엄연하게 노동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거지 같다는 삶의 잣대를 소비 수준을 기준으로 정의했다. 또한 모든 것이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한 일이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에게 쓰레기라는 호칭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다. 분명히 본문에서 글쓴이는 행복하다고 했다. 과연 저렇게 악플 쓰는 사람은 행복할까? 과연 누구의 정신이 더 풍요로운 것일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악플 쓴 사람보다 본문 글쓴이가 훨씬 정신적으로 부자일 것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생에 절대적 정답은 없다. 상황에 맞는 선택과 태도만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소득이 그렇게 많지 않지만, 아이를 셋이나 키우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여유가 있는 글쓴이가 나는 존경스럽다. (참고로 나는 돈도 글쓴이의 10배 이상 벌고 자녀도 한 명 키우지만, 저 정도의 여유가 있을까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글쓴이가 앞으로도 더욱 행복한 가족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 <다섯식구 230만원으로도 살아집니다>,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