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가 있는 북유럽의 복지혜택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고소득층은 물론이고 저소득층에게까지 높은 세금을 걷어 그 돈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북유럽식 복지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돌고 있는 게시물 중, 김경일 교수의 강연 영상 유튜브 콘텐츠에 달린 댓글 내용이 이를 방증한다. 이미 국가에서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나머지, 사람들이 어떻게든 ‘더 잘살아 보려는’ 욕심도 덜하고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사다리’도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겉보기에만 ‘모두가 잘사는’ 복지국가라는 셈이다. (2020년 UN(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가 7.80으로 1등, 뒤이어 덴마크가 7.64, 스위스가 7.56, 노르웨이가 7.45, 네덜란드가 7.35점을 받았다. 참고로 한국은 5.8점이다.)
하지만 위 댓글에서 말하는 역사적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북유럽에서 배워야 할 부분은 크게 5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책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2개월을 체류한 저자가 한국 사회가 이것만큼은 핀란드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점 5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1) 고신뢰사회
북유럽에선 내가 낸 세금이 좋은 곳에 쓰일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기쁘게 세금을 낼 수 있다. 정치인과 정부도 그 믿음에 화답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믿음을 잠깐 저버리는 것이 얼마나 큰 비용인지 알고 있다.
2) 약자와 소수자 배려
1번과 연결 지어서 생각할 부분이다. 혹자는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옵션을 모두 갖추려면 지나치게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기꺼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모두가 존중받기 위해서라면 이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3) 슬로우 라이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단기간 내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지만 대신 개개인의 여유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모두가 빠름을 기대하는 사회 속에서 늦어진다는 건 경쟁력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절차와 순서가 맞는다면 ‘빨리빨리’에 대한 강박은 조금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4) 선택의 자유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사회 안전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사업이나 커리어 전환에 따른 비용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더욱 더 체계적으로 세워야 할 것이다.
5) 개인 공간 중시
여기서 개인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정신적 공간까지도 포함된다. 내가 말하기 싫은 것이나 주제는 언제든지 거부할 수 있다. 다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굳이 캐묻지 않는다. 혹시 나누고 싶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언제나 말하지 않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책 <행복의 기원>에서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행복을 추구하고, 그리하여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학벌과 재력, 넓은 집을 갖길 원한다. 책에 따르면 이런 물질적인 성취는 평생 누릴 행복감마저 가졌다고 볼 수 없다. 인간의 감정은 어떤 자극이나 변화에도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핀란드에서 사는 것이나, 한국에서 사는 것이나 결국 행복의 기준은 개인에게 달린 것이다. 행복에 대한 고민은 만국 공통의 숙제다.
<참고>
1) 북유럽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jpg, 웃긴대학(링크)
2)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핀란드> 안건 저, 하모니북(링크)
3)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 21세기북스(링크)
4) 썸네일 이미지 출처 : [Top 10 Korea] 행복지수 가장 높은 국가는 핀란드, 컨슈머포스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