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고통에서 해방하는 법

많은 사람이 많은 이유로 만성 통증을 호소한다. 허리, 무릎, 어깨 등이 너무 아픈 나머지 일상을 이어가지 못한다. 사무실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일해서, 무리하게 몸을 써서 통증이 생겼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통증의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하지만 대부분 통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 있는 사람 대부분 통증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그 오해로 수많은 사람의 삶이 망가지고 있다.

 

어느 날 40대 후반의 남자가 응급실에 실려 왔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요통을 호소한 환자였다. 회사 사무실의 불편한 의자 때문에 얻은 병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오른쪽 등허리 아랫부분에서 느껴지던 통증이 점점 심해져 바깥 활동에 제약받을 정도가 되었다. 며칠 전부터 왼쪽 등과 오른쪽 다리까지 통증이 있었고 응급실에 실려 온 당일에는 너무 아파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의사는 그의 병력을 살펴보기 위해 MRI 촬영을 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요척수관 내의 신경이 눌려서 발생하는 ‘마미총증후군’이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판독 결과 MRI 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혈액 검사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40대 남성의 병명을 ‘비특이성 요통’, ‘심인성 통증’으로 진단한 후 진통제를 처방했다.

 

비특이성 요통은 특별한 신체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는 모든 요통을 말한다. 심인성 통증은 심리적, 감정적 이유로 통증이 발생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요통 환자의 90퍼센트는 특별한 조직 손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들은 허리 통증을 느낀다. 환자들은 제대로 된 진단명을 듣지 못하고

자신이 느끼는 고통이 진짜라는 확인도 받지 못한 채 병원을 나서야 했다.

 

이런 일은 전 세계 많은 곳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난다. 의료계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지 않는 사람 대부분이 몸과 마음은 완전히 독립된 실체라는 이원론에 갇혀 있다. 이 생각은 현대 통증 과학을 통해 잘못된 사실로 밝혀졌지만 전 세계에서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만성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이원론적 사고방식은 모욕감을 주고, 삶을 파괴한다. 근본적으로 통증은 몸에 상처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현상이 아니다. 몸을 보호하라는 신체의 반응이다. 불쾌한 감정을 일으켜 몸을 보호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통증을 통해 위험이 될 만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신체를 보호할 방법을 찾게 되며, 특정 행동을 피하게 된다. 통증의 속성을 이해한다면 통증의 까다로운 성질을 이해할 수 있다. 왜 많은 사람이 사고나 수술로 몸 일부를 절단하고도 그 부위에 고통을 느끼는지, 몸에 상처가 없어도 왜 통증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오랫동안 통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왜 그런 통증을 느끼는지를 설명하고 회복에 대한 현실적인 희망을 줄 수 있다.

 

통증은 매우 복잡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놀랍도록 인간적이다. 통증에 대한 무지는 우리 삶과 공동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대처가 매우 부족하다. 과학적인 검사로 나타나지 않는 통증을 호소하거나 그 통증이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할 수 없는 원인인 통증도 이제는 주목해야 한다. 통증은 본질적으로 감정에 관한 것이다. 통증은 복잡하고 가변적이며 측정하기 매우 어렵다. 만약 통증이 외부 세계와 작용하는 말초 신경에서 뇌로 오는 단순한 신호체계인 반사작용이라면, 우리는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 ‘무조건’ 통증을 느껴야 하고 조직이 ‘손상되었을 때만’ 통증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통증은 손상된 정도에 정확히 비례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결국, 통증은 뇌에서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통증을 ‘만드는’ 것이다. 통증이 존재하려면 의식적 자각이 있어야 한다. 특정 부위가 아프고, 회복이 필요하다고 뇌가 인지할 때 불쾌한 감정이 들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뇌에는 통증을 느끼는 기관이 아예 없다. 통증을 느끼는 사람의 뇌를 촬영하면 뇌의 여러 부위가 밝게 표현된다. 흥미롭게도 이 부위는 인간의 특성을 나타내는 감각적, 정서적, 인지적 영역을 전부 포함한다.

 

만성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통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며 반드시 조직 손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통증이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마음먹기에 따라 쉽게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통증의 대부분은 우리의 의식적 통제 밖에 있는 뇌가 우리 몸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내리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통증은 무의식적 뇌가 몸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의식적 해석이다.

 

저명한 신경과학자 라마찬드란은 이렇게 말한다.

 

“통증이란 단순히 상처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 아니라

유기체의 건강 상태에 관한 판단이다.”

 

같은 손상이지만 상황에 따라 통증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전쟁에서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하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크게 통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반면, 평화로운 일상을 살다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하면 불안감을 느껴 통증을 강하게 느낀다. 우리가 위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통증의 강도가 달라진다. 통증은 모든 면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통증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고 인생을 통째로 집어삼키기도 한다.

 

통증은 우리를 지켜준다. 통증으로 삶이 힘들 때조차 항상 우리 몸을 지켜주기 위해 통증이 존재한다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만성 통증과 살아가고, 이것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첫걸음임을 기억하자.

 

참고: 《고통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