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짐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를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뭘까? 흔히 첫인상을 꼽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초두효과’라고 부른다. 처음 제시된 정보 또는 인상이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기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말한다. 초두효과 나타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보고 듣는 정보를 일관성 있게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 입력된 정보가 긍정적인 내용이면 나중에 입력된 정보도 일관성있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로 부정적인 첫인상은 부정적인 인상만 부르게 된다.

 

초두효과의 위력을 증명하는 심리학 실험은 정말 많다. 꼭 과학적 실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첫인상을 인간관계에 두 번째로 강하게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고 본다. 그럼 첫 번째로 강력한 요소는 뭘까? 바로 마무리다. 인간관계는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첫인상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인간관계에는 이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리고 이를 뒤집으면 반전 효과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같이 지내다 보니 보이지 않던 좋은 점이 드러나는 경우, 오히려 첫인상이 좋았던 것보다 더 큰 호감을 얻는 식이다. 그래서 첫인상이 아무리 별로라 해도 마무리가 좋으면, 그 관계는 정말 좋은 관계로 남게 된다.

 

게다가 좋은 마무리는 순간에 멈추지 않고 오래도록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 첫인상이 아무리 좋아봤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면 인생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 하지만 마무리가 있을 정도로 가깝게 연관된 사이라면, 나중에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는 더욱더 그렇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오다가다 만날 수밖에 없다. 이때 좋은 마무리가 기억에 남은 사람이 있다면 이후에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은 관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연인 관계라면, 위 사례에서 보듯 마무리가 아름답기 참 힘들다. 어떻게 하면 헤어짐에도 예의를 갖출 수 있을까? 다음 3가지를 지킨다면, 아름다운 마무리는 몰라도, 최소한 추한 결말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1) 헤어짐도 소통이다

 

어차피 끝날 관계라 마무리가 일방적 통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아예 잠수를 타버리는 경우가 있다. 최악의 헤어짐이라고 말하고 싶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먼저 헤어지자거나 관계를 마무리하자고 말하기가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어렵다고 회피하면 안 된다. 그렇게 안 좋게 마무리하면 단지 둘 사이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안 좋은 평판을 남기게 된다. 그러니 헤어질 때는 오히려 충분한 소통을 나누고 상대의 상실감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어필하기 바란다. (그래서 문자나 카톡으로 이별 통보하면 예의 없다거나 인정머리 없다는 소릴 들어도 싸다)

 

2)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문제임을 인식한다

 

사랑에 관하여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있다. 사랑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든 행동에 원인과 결과가 있다고 생각하길 바라며, 그에 따라 사랑에서도 적당한 이유가 존재하길 바란다. 그래서 반하고 나서 사랑할 이유를 댄다. 하지만 사랑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행동이 아니다. 아마도 가장 강렬하게 감정적인 일일 것이다. 이는 이별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질 않는데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감정의 문제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감정의 문제라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왜?”라고 물어봐도 답이 안 나오는 일이라는 말이다. 혹시나 붙잡고 싶더라도 이유를 찾기보단 변화를 모색하는 게 낫다. 그게 아니라면 보내줄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깔끔하게 보내줄 수 있어야 추하게 헤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3) 마지막 기회를 줘라

 

마지막 기회를 주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온다.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 굳이 질질 끌 필요 있나? 괜히 희망 고문 하지 말고 빨리 끝내는 게 낫다.’ 하지만 질질 끌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연인 관계가 점차 삐걱대면서 이별의 조짐이 보인다고 해보자. 이때 삐걱댈 때마다 싸우기만 하면 개선은 없고 악화만 될 뿐이다. 차라리 더 악화되기 전에 ‘이제 바뀌지 않으면 안 돼.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라고 선언하자. 그러면 상대는 마지막이라는 말에 바뀌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미리 선언한 대로 헤어지면 된다. 이때도 이미 경고를 주었기 때문에 질질 끌며 매달리는 과정도 줄일 확률이 높다. 마지막 기회는 상대를 위한 배려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더 유용한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참고 : 헤어짐에도 예의가 있어야 해요 (링크)

 

이미지 출처 : 영화 <연애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