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도대체 왜 이 영상을 보고 있는거에요?

노홍철이 유튜브를 시작했다. 첫 영상을 올린 지 1주일 만에 첫 영상은 165만 회를 기록하고 구독자는 벌써 30만 명이다. 재미있는 것은 노홍철이 유튜브를 각 잡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영상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말한다. “어떠한 정보도 재미도 짜임새도 전혀 없는 게 여러분들이 보시는 이 영상이라고. 본인이 가치 있는 인간이 아니며 남는 것은 1도 없는 영상이라고.”

 

그의 말이 맞다. 한 영상은 세탁기를 돌리는 동안 심심해서 혼자 셀카로 찍은 것인데 영상 내용은 별것이 없다. 찍다가 갑자기 모기에 물려서 모기를 밟아 죽이더니 바닥에 죽은 모기를 보여주다가 그 옆에 자기가 며칠 전에 죽인 벌에 대한 설명을 한다. 촬영 중 세탁이 끝나자 자신의 빨래를 보여주는데 왜 자신이 샤워 타월을 자주 빨지 않는지, 왜 자신이 젊었을 때 버버리 팬티를 입다가 지금은 동대문에서 떨이로 파는 팬티를 입는지, 옷에 묻은 얼룩이 지워졌는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영상을 계속 보는 이유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솔직하면서도 쉴새 없이 말하는 그의 캐릭터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그 매력에는 우리가 기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퀄리티는 없었다. 제작하는데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촬영 장비도 필요하지 않다. 이것은 요즘 시대가 원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를 보여준다.

 

책 <콘텐츠의 미래> (원제:The content trap)는 말한다. 최고의 콘텐츠,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함정에서 벗어나라고. 콘텐츠 함정에서 벗어나는 순간 거대한 기회가 있다고 말이다. 이제 막 유튜브에 동영상 올리는 법을 터득한 노홍철은 아마 이 충격적인 느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노홍철은 계속 말한다. “알림조차도 하지 마세요. 구독도 하지 마세요. 여러분은 소중하니까요. 왜 그러시는거에요. 이유를 알 수가 없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쓰며 17분짜리 그의 영상을 두 번이나 봤고 구독을 눌렀다. 내가 본 ‘세탁기 돌리는 동안 심심해서 뭐 하지 하다가 생각나서 찍은 영상’은 150만 뷰, 댓글이 2만 3천개를 기록 중이다.

 

 

우리가 퀄리티를 충족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제거해도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참고 및 사진 출처
1. 유튜브 노홍철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1Vx63SINUqLuEKdH2uKqtw)
2. <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written by 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