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기사에서 20대의 평균 자산이 9,600만 원, 대략 1억 원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물, 주택 등의 부동산 자산이 60%이고 금융 자산은 20%, 나머지 기타 자산이 20% 정도였다. 30대에 1억도 모으지 못한 입장에서는 다소 박탈감이 나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의아했다. 주변 20대 중에 천만 원을 모은 경우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평균 자산이 1억에 가깝게 나온 걸까?
이것은 전형적인 통계의 함정이다. 예를 들어 10명의 평균 자산이 1억이 나왔다고 해서 10명이 각각 1억을 가진 게 아니다. 한 명이 9억 9천 1백만 원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가 백만 원씩 가지고 있어도 10명의 평균값은 1억이 나온다. 그럼 주변에 1억을 가진 20대가 별로 없음에도 평균 자산이 1억이나 나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소수의 몇몇이 평균값을 엄청나게 끌어올렸다고 봐야 한다. 즉, 20대 평균 자산 1억이 주는 의미는 ‘자산 불균형이 극심하다’라는 말밖에 안 된다. 제대로 ‘보통의 20대’가 가진 자산을 알고 싶다면 평균값이 아닌 중앙값을 알아야 한다.
더불어 자산에는 부채도 포함되어 있다. 20대는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을 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것까지 제대로 고려해야 20대의 경제력을 제대로 알 수 있지만, 기사에는 ‘해당 보고서를 본 누리꾼은 자신의 실제 자산과 굉장히 다른 평균 수치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라는 말만 넣어놨다. 내용의 허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거나 혹은 알면서도 무시하고 기사를 낸 셈이다. 고의로 그랬다면 악의적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문제는 이런 엉터리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사는 바보가 아니다. 솔직히 기사를 쓸 정도로 해당 분야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헛소리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럼 왜 이런 기사가 계속 나오는 걸까? 헛소리도 자주 나오면 진실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언론 기사의 경우 토론의 근거로 작동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대 평균 자산 1억’이라는 기사가 한두 번이 아니라 몇 번씩 그것도 수십 개의 신문에서 기사가 나온다고 해보자. 그러면 나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20대 자산이 1억이라는 기사만 수백 개입니다. 20대가 가난하다는 건 틀린 말이에요.” 이렇게 헛소리가 진실로 둔갑해 버린다.
“사람들은 한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 번 말하면 이내 그것을 믿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나치의 선전 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괴벨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게 괴벨스의 명언이라는 말이 계속 반복되어 퍼지면서 지금은 괴벨스가 한 말처럼 쓰이고 있다. 저 말 그대로 거짓이 진실로 둔갑한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짓을 알아볼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갖춰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와 공부다. 많이 안다고 진실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거짓은 구분할 수 있다.
참고 : 20대, 1인당 재산 평균 ‘9,600만원’ 가지고 있다,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