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불만을 낳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업무 평가다. 모든 회사가 공정한 업무 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이를 제대로 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공정한 업무 평가가 절실한 쪽은 직원이 아니라 오히려 회사 쪽이다. 예를 들어 잘못된 업무 평가 때문에 능력 없는 직원이 높은 고과를 받아 승진했다고 해보자. 회사 입장에서는 능력도 없는 직원에게 더 많은 권한과 임금을 줘야 한다. 그런 경우가 쌓이다 보면 엄청난 손실이 된다.
위는 어느 트위터에 올라온 승진에 관한 이야기다. 잘못된 업무 평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잔업 시간’이 업무 평가에 들어가는 것부터가 심각한 잘못이다.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업무 시간이 많으면 그게 성실하고 일을 많이 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아직 이런 인식이 남아 있어서 일찍 퇴근하려면 눈치를 보는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야근이 잦고, ‘수요일은 정시 퇴근의 날’ 따지고 보면 말도 안 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시 퇴근이 당연한 거 아니냐 ㅠㅠ 근데 그것조차 안 되니까 나온 궁여지책이었다)
그럼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뭘까? 결과물이 많은 게 일을 많이 하는 거다. 3시간 동안 10개의 일을 한 사람과 8시간 동안 8개의 일을 한 사람 중 누가 더 일을 많이 한 걸까? 당연히 3시간 동안 10개의 일을 한 사람이다. 그럼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뭘까? 성과가 나오는 사람이다. 개수로는 2개의 일을 했지만, 그것으로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면 10개를 하고 5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보다 훨씬 일을 잘한 셈이다. 이런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2시간 걸리는 일을 20분에 끝내는 시스템을 갖춘 사람은 엄청나게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일단 일을 빨리하니 결과물도 많이 나오고, 시간도 줄였으니 여기 투입되는 인건비를 절약하게 된다. 최저 시급으로 따져도 연간 절약되는 돈이 장난 아니다.
물론 이렇게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 회사 일은 팀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결과물이 나오고 성과가 나와도 ‘내가 이만큼 기여했다’라고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도 하고, 리더의 정성적 평가를 더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평가 기준은 회사마다, 하는 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모든 일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환상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공정한 업무 평가를 마련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잔업 시간을 업무 평가 요소로 둔다? 이건 너무 고민을 많이 하다가 악수를 두었거나, 아니면 제대로 고민해 볼 노력조차 하지 않아서 나온 결과다. 사실 후자일 확률이 높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잔업 시간이 많다는 게 성실함과 유능함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전자여도 문제다. 공정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능한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공정함을 이루는 2가지 조건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선의다. 공정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실력이다. 제대로 판단하는 실력이 없으면 공정함은 이루어질 수 없다.
참고 : 남편이 승진에서 떨어진 이유,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