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정말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막연하게 결혼을 생각할 때는 마냥 행복할 것처럼 느껴진다. 왠지 나는 결혼 생활 잘할 것 같고, 오손도손 행복이 깨알처럼 넘치는 가정을 이룰 것만 같다. 그러다 결혼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하면 덜컥 겁이 난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결혼할 생각을 했지? 내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깜냥이 되나? 그런 생각에 자신감이 쪼그라들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돌입하면 정신 차리기가 힘들다. 집 구해야지, 혼수 장만해야지, 예식장 알아봐야지…
그러다가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예정된 결혼을 앞두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때 많은 남자들이 느끼는 감정이 있다. (여자는 안 물어봐서 잘 모르겠고, 내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본 바 99%의 유부남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바로 ‘후회’다. 여행도 다니고 취미도 기르면서 솔로 시절을 더 알차게 보낼걸. 연애도 더 많이 해볼걸. 돈 좀 더 많이 모아볼걸. 갖가지 이유로 후회의 감정이 밀려온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후회의 감정 때문에 결혼을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그리고 댓글 반응은 글쓴이를 질타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쓴이는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된 듯하다. 여자친구가 못생겨서 예쁜 여자와 연애해보고 싶다는 이유는 참 찌질하다고 느껴지지만(이것 때문에 욕을 더 먹는 것 같다…), 크게 보면 아직 결혼해야겠다는 결심이 설 정도의 자기 납득이 부족한 상태로 보인다. 이래서 어른들이 연애 많이 해보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결혼 직전에 후회의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기회비용에 대한 아쉬움이다. 원래 기회비용은 경제 용어로 ‘하나의 대안이 선택되었을 때 다른 대안들에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의 상실’을 뜻한다. 사람은 선택하지 못한 것, 즉 기회비용을 아쉬워하는 경향이 있다. 결혼을 예로 들면 그 기회비용은 독신으로 누리는 자유라고 볼 수 있다.
기회비용의 아쉬움은 손실 회피 편향으로 이어진다. 결혼하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다. 안정과 친밀감을 얻지만, 독신의 자유는 잃게 된다. 그럼 얻는 것과 잃는 것 중 무엇을 더 크게 느낄까? 사람은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은 것의 가치를 크게 평가한다고 한다. 이러니 결혼을 앞두고 잃어버릴 기회를 생각하며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감정이 밀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 때문에 파혼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파혼을 결정함으로써 생기는 기회비용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지금 연인과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후회가 없을까? 100% 헤어진 사람을 떠올리며 후회할 것이다. 결국,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언제나 따라올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기회 때문에 선택을 바꾼다고 후회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 선택했다면 과거의 아쉬움을 후회하기보다 미래의 희망을 바라보자. 후회없는 삶은 없지만, 후회에 붙잡히지 않는 삶은 있다.
참고 : 불패너.. 결혼 고민.txt, PGR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