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일까? 바로 내가 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훨씬 수월하고 쉬워 보인다. 여기에는 가용성 편향 혹은 손실회피 편향 같은 우리의 기본적인 심리가 많이 작용할 것이다. 예전에 재미있는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가 어디인지 각국에서 조사해보니까, 거의 조사한 해당 국가가 가장 부패했다고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자기가 사는 곳, 자기에게 주어진 일이 당연히 나쁘고 힘들어 보이기 마련이다.
최근에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국에 살 때 불행했는데, 외국에서 단기 거주로 살아보니 너무 행복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한국이 살기 힘든 주관적인 이유를 여러 가지 나열했다. 하지만 댓글은 현명했다. 외국이 아니라 부산, 제주도에 가서 단기로 거주해도 행복할 것이라고 댓글들이 달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3개국에서 6개월 이상씩 살아본 적이 있다. 가장 오래 거주했던 나라는 5년이나 있었다. 내 경험도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5년 정도 살면 그 나라에서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전혀 금수저가 아니기 때문에 죽어라 일을 했다. (참고로 월급 받는 박사과정 학생이었다) 그렇게 일하며 그 사회에 들어가 보면 이방인일 때는 느끼지 못하는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반대로 한국의 좋은 점이 보인다. 6개월 지낸 곳은 어학연수를 갔던 캐나다였다. 그때는 그냥 돈 쓰고 공부하고 친구들만 사귀면 돼서 그렇게 좋은 시간이 없었다. 일종의 장기 휴가 같은 느낌이었다.
외국에 살아서 지적이나 간섭을 덜 받아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엄청난 착각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외국인은 그냥 관심 밖에 대상이다. 심지어 언어적 장벽까지 있으면 딱히 말을 섞을 일도 없다. 오히려 외국인으로 해외에 정착해 살아가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겪게 된다. 이것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냥 간섭 같은 것과는 레벨이 다른 고통이 온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다.
분명히 우리나라보다 종합적으로 살기 좋은 나라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나라 문화에 완전히 적응했을 때의 일이다. 세계에 20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GDP가 15위 안에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일단 상당한 부국에 속한다. 그리고 치안, 의료 서비스, 대중교통 등 좋은 부분도 많다. 만약에 신이 나에게 태어날 나라를 다시 뽑을 기회를 준다면 나는 거절할 것이다. 200개 중에서 경제적으로 20위 안에 들어갈 확률은 10%가 안 된다. 나는 그런 무모한 도박에 내 인생을 걸고 싶지 않다. 생각보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참고 <한국에 살때 제가 불행하다고 느꼈어요 근데>, 82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