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맞벌이가 기본이다. 그에 따라 삶의 방식도 변하고, 다양한 고민이 생기고 있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육아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이를 직장에 업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 입학 대란이 일어나기도 하고, 양육을 둘러싼 각종 마찰이 벌어지기도 한다. 다음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글쓴이는 그동안 맞벌이하면서 월 50만 원씩 드리며 3살 딸과 4살 아들을 시부모님에게 맡겼다고 한다. (주중에는 시댁에서 지내고 주말에 집으로 데려온다고 함) 그런데 어느 날 시부모님이 아이 둘 육아 비용으로 월 200만 원을 요구했다고 한다. 글쓴이는 200만 원이 적은 돈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적었다.
댓글 반응은 글쓴이를 향한 성토가 대부분이었다. 베이비시터 시급이 만 원이 넘는데, 월 200만 원이면 오히려 싸다는 의견이 있었다. 숙식까지 맡아주니 그 비용을 생각하면 200만 원이 결코 많은 돈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육아가 정말 힘든 일인데, 이를 1년 동안 해주신 게 도리어 감사할 일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감사의 마음을 보이는 성의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사연에 등장한 부부가 잘못이 없지는 않다. 이를 단순 고부갈등으로 바라본다면 나도 시어머니의 손을 들어줄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단지 철없는 부부를 꾸짖고 끝낼 일이 아니다.
우선 부조리한 조직문화가 있다. 글쓴이와 남편은 회사에서 PM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2~3일은 지점 교육이나 행사를 다니느라 정시 퇴근이 어렵고, 둘이 동시에 밤에 퇴근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퇴근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실상 육아는 불가능하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자율출근제 같은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가 시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정시 퇴근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경력단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사연에서는 아내가 월 300, 남편이 400을 번다고 한다. 육아를 위해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아무래도 벌이가 적은 아내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 퇴사하고 나면 경력이 끊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다시 직업을 구하려고 해도 끊어진 경력을 잇기가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층에서는 아예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 독신과 저출산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해도,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출산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무런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제의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면 지식과 통찰을 키워야 한다. 그런 양질의 정보는 유튜브나 인터넷이 아니라 책에 있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우리나라처럼 급속하게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곳이라면 <혼자 살아도 괜찮아>, <나이듦에 관하여> 같은 책을 필수로 읽어야 한다. 특히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 공무원이나 선출 공무원일수록 더 그렇다. 어떤 문제를 보고 당사자를 질책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핵심을 읽어내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진짜 실력이다. 나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꾸준한 독서와 사색을 통해 핵심을 읽어내는 실력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실력이 모일 때 국가가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참고 : 에펨코리아, 합쳐서 월 700만 버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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