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결혼을 축복이라 말하는 명언도 있고, 감옥이라 말하는 명언도 있다. 결혼한 형, 누나들에게 결혼 생활을 물어보면 “하지 마 이 XX야!”라고 농담처럼 말하면서 자기들은 다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 과연 결혼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여기에 좋은 대답이 될 수 있는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특히 베스트 댓글은 결혼생활을 넘어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싸움의 원인 중 하나는 내가 상대방보다 가정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면 위에 쓰인 대로 ‘서로가 상대방에게 받아먹으려고만’ 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애정이 식고 불만이 커지다 끝내 미워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부부를 대상으로 가정에 기여하는 정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여도의 합이 100%를 훌쩍 넘었다고 한다. 아내도 남편도 서로의 기여도가 50%가 넘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은 자신의 기여도를 실제보다 항상 크게 생각하는데, 이를 가리켜 ‘가용성 편향(available bias)’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느낌만 가지고 생각하면 우리는 항상 손해 보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좀 더 객관적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베풀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항상 손해 보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지 결혼생활뿐만이 아니다. 회사 생활을 비롯한 모든 조직 생활이 마찬가지다. 나는 과연 내가 속한 조직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 객관적으로 따져볼 줄 알아야 어디 가서 실수하지 않는다. 기여도의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것은 ‘상호성의 법칙(The law of Reciprocity)’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호의를 베풀면 그에 합당한 호의나 대가를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은 먼저 나서서 호의를 뿌리고 다닌다. 언젠가는 그 호의가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발적인 부부가 사이가 좋은 것이다. 먼저 호의를 베풀면 상호성의 법칙에 따라 상대방도 호의를 베풀 수밖에 없다. 점점 더 서로 잘해주고 싶어지고, 당연히 사이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부부나 연인관계에서는 상호성의 법칙을 뛰어넘는 사랑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사랑하면 상호성의 법칙을 따지면서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그냥 호의를 베푸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지에 이른다. 예를 들면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밥을 먹을 때면 항상 제일 맛있는 부위를 찾아 여자친구에게 준다. 그걸 먹는 여자친구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너무너무 행복하다. 나로 인해 상대가 행복해하는 모습, 세상에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닭 다리는 언제나 공평하게 하나씩 나눠 먹는다. 이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엄격, 근엄, 진지.)
애정이 식었다면 이 느낌을 쉽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서로에게 호의를 베풀다 보면, 상대방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통해 기뻐하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그런 순간이 한 달에 한 번에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그러다 매일 느끼게 되면 하루하루가 행복으로 가득 찰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연애는 6년이 넘는 긴 시간을 이어오고 있다. 보통 3년쯤 지나면 권태기도 오고 싸움도 많이 한다는데, 우리는 권태기도 없었고 싸운 적도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어떻게 이렇게 잘 사귈 수 있었을까? 나도 딱 집어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맛있는 걸 기꺼이 양보할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이 계속되는 한 사랑이 식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참고 : 결혼생활 원래이런가요?, 네이트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