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살이 찔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살을 뺄 수 있을까? 이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한다. “덜 먹고 더 움직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책 『비만백서』는 이러한 상식에 반기를 든 책이다. 저자 앤서니 워니는 ‘앵그리 셰프’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식품 제조업체와 소매업자에 자문하는 요리사이면서, 식품업계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유사 과학을 폭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 분노한 요리사가 비만과 다이어트에 주목하여 만든 책이 바로 『비만백서』다. 책에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다이어트에 관한 오해와 이를 뒤집는 진실이 가득하다.
1) 우리는 왜 뚱뚱해질까?
어떤 사람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살이 찌지 않는다. 먹방 유튜버 중에는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면서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럼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게 아닌 걸까? 실제로 비만인 사람과 정상 체중인 사람들의 식단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또한, 과식이나 식단이 비만과 관련되었음을 확증하는 연구도 없다. 즉, 많이 먹어서 살이 찐다는 생각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그럼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질까? 열량 제한 다이어트로 체중을 감량한 사람들을 장기간 관찰하면 결국에는 실패한 사례가 매우 많다고 한다. 심지어 초기에 체중이 줄더라도 3~5년이 지나면 다시 살이 찌거나, 심지어 이전보다 더 살이 찌는 경향도 보였다. 심지어 정상 체중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의 경우 열량 제한 다이어트는 성인이 됐을 때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측하는 강력한 변수이기도 하다. 즉, 적게 먹는 것은 효과를 보는 경우도 적고, 오히려 살이 찌는 역설을 낳기도 한다.
2) 체중조절점
왜 적게 먹는 게 효과가 없을까? 우리 몸에는 ‘체중조절점’이란 것이 있다. 우리 몸은 어떤 이유로든 체중에 변화가 생기면 원래의 체중조절점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 체중조절점 때문에 적게 먹는 것으로 살을 빼기가 힘들어진다.
적게 먹을 때 우리 몸은 체중 감량에 저항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부른다. 열량 소비를 줄이고, 식욕을 강하게 느끼게 하고, 생리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니 열량을 적게 먹으면 그만큼 적게 사용하게 되고, 체중 감량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적게 먹는 동안 낮아진 열량 소비가 원래 식사량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대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 잉여 열량이 늘어나게 되고 원래보다 더 뚱뚱해질 수도 있다.
3) 체중조절점을 바꿀 수 있을까?
그럼 체중조절점을 바꿔서 살을 뺄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과학이 체중조절점에 관하여 알려주는 것은 아직 많지 않다.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요인이 체중조절점에 영향을 끼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몇몇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통해 체중조절점에 관한 작은 단서를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실시된 여러 동물 실험에 따르면 놀랍게도 체내에는 관절과 근육을 통해 물리적 부하를 감지하는 기제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식욕 조절 호르몬을 분비해 체중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동물의 몸 안에는 일종의 체중계가 있어 무게를 감지해 식욕을 조절하고 지나치게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보통 많은 지방을 축적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식량을 구하기가 힘들었고, 이때 축적된 지방이 있다면 기근 시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 천적을 피할 수 없으면 문제가 된다. 따라서 기동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절과 근육을 통해 체중을 파악하는 것은 진화론적인 면에서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요컨대 인간은 굶어 죽을 위험과 잡아먹힐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셈이다.
이러한 관계를 이해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이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다. 앉아 있는 자세에서는 관절과 뼈에 가해지는 부하가 없어서 우리 몸은 실제보다 체중을 적게 인지한다. 즉, 살을 빼야 하는데도 몸은 살을 빼야 한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4) 그럼 운동은 효과가 있을까?
흔히 살을 빼려면 운동보다 먹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하며, 운동은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덜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운동 또한 단기간 살을 빼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몸에는 체중조절점이 있고, 그로 인해 열량을 소모했을 때 이를 보상하고자 한다. 즉, 운동을 하면 식욕이 더 왕성해진다는 말이다. 즉각적인 감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실망스럽겠지만, 운동에 관해서는 다음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 당신이 뚱뚱하다면 운동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살이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운동 후에는 많이 먹고 싶은 충동이 더 강하게 일기 때문이다.
– 당신이 너무 많이 먹을 때 당신의 몸은 초과 열량을 태워버리려는 욕구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이 너무 적게 먹을 때 당신의 몸은 체중 감소를 막으려고 움직임을 줄여나갈 것이다.
– 만약 당신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둔다면 뚱뚱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칼로리에 집중한 단기적인 시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운동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체계적인 운동은 식욕 호르몬의 장기적 조절 기능에 변화를 가져와 식후 포만감을 증대함으로써 훨씬 수월하게 체중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증가한 신체 활동이 체중조절점을 낮춰 감량한 체중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견해도 있다.
단, 이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때의 이야기다. 우리가 살을 뺄 때 흔히 단기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그러다 보니 운동보다 굶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덜 먹는 것은 요요를 부르고 장기적으로는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다.
하지만 운동은 장기적인 건강 개선 측면에서 적게 먹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긍정적 효과가 있다. 몸무게 숫자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운동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강력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살을 빼려고 하기보다는 운동뚱이 되는 게 오히려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참고로 나는 『비만백서』를 읽고 계단 오르기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에 30층 정도를 3번에 나눠서 오른다. 앉아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관절과 근육이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중력을 거스르는 운동을 선택한 것이다. 아마 책을 보고 나면 당신도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운동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5) 살은 ‘복잡한’ 문제다
『비만백서』에는 복합한 문제와 난해한 문제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은 난해하다. 이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부 알려면 전자기학부터 양자역학까지 엄청난 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난해해도 충분히 공부하면 그 원리를 전부 알 수 있다. 즉, 설명하는 데 필요한 정보량에 끝이 있다.
하지만 날씨는 복잡하다. 날씨를 예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너무 많은 변수, 너무 많은 상호작용, 너무 많은 순환 고리가 존재한다. 한 변수의 영향을 파악해도 그 변수가 변할 때 다른 변수의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무엇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즉, 날씨는 복잡계다.
그리고 우리 몸도 역시 복잡계다. 덜 먹고 더 움직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식단, 운동, 호르몬, 마이크로바이옴, 뇌, 환경, 경제력까지 온갖 요소가 맞물리며 내어놓은 결과가 바로 우리 몸이다. 그러니 뭐 하나만 바꿔서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심각한 착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책 『비만백서』는 이러한 진리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가 알고 있던 잘못된 상식을 파괴하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기꾼 무리들을 고발한다. 나아가 비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살 걱정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삶의 태도를 제공한다. 살 때문에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비만백서』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당신의 삶이 살에 휘둘리지 않도록 지혜와 용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비만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말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1) 문복희 Eat with Boki 유튜브
2) 맛있는 녀석들 (Tasty Guys) 유튜브
3)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