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년간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 적이 있다. 보통 적정 수험기간으로 9급에 2년, 7급에 3년, 5급에 5년을 본다고 하는데, 7급에 3년 도전했으니 적당한 수험 기간을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나의 3년은 결과적으로 버리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시험을 보러 가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무원에 합격하지 못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3가지 이유를 <인생은 실전이다>를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나는 공부가 싫었다. 원래부터 싫어했던 건 아니고, 지긋지긋한 대학 입시를 거치면서 공부가 싫어졌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사랑하고 아끼지만, 부모님의 교육 방식이 좋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부모님의 교육 방식은 오로지 성적, 성적, 그리고 성적이었다. 어느 정도였는지 예를 들자면, 중학교 때 중간고사가 끝나고 친구들과 PC방을 가려고 했다. 귀가 시간이 늦을 것 같아 전화했더니 어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무슨 소리야. 이제 기말고사 준비해야지, PC방 갈 시간이 어딨어?”
그렇게 성적만 바라보며 살았던 덕분에 연세대학교라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목적을 이루고 나니 공부에 질려버렸다. 나는 진짜로 공부를 손에서 놓아버렸다. 25살에 군대에 갈 때까지 휴학도 여러 번 하고, 학교에 다닐 때도 성적은 개판이었다. 학사 경고를 2번이나 맞았다. 한 번만 더 학사 경고를 받으면 퇴학당할 위기였다. 그래서 도망치듯 군대에 갔다.
신영준 박사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현재의 고난은 과거의 결과다.”라는 말이 있다. 20대 전반을 막살았던 덕분에 20대 후반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복학한 후 성적 세탁하느라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몇 년을 공부에서 손을 놓은 덕분에 머리는 나빠져 있었고, 어떻게든 후배들을 따라잡고자 죽어라 노력했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졸업할 때 겨우 학점을 3점대까지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내가 졸업하던 때는 학점 인플레가 심했고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3점대 성적은 결코 좋은 성적이 아니었다. 여기에 2008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2010년대 초반 취업 시장은 바늘구멍 그 자체였다. 막 학기 포함 3년간 취업에 도전했지만, 나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어이없게도 취업 시장은 갈수록 좁아져만 갔다.
그래서 또 도망치듯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자신은 있었다. 달달 외워서 객관식 답안을 맞추는 데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능력 덕분에 명문대에 들어가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3년을 준비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결국 합격을 노렸던 해에 시험에 응시조차 못 하게 된다. 8개월 정도 수험 공부를 손에서 놓았는데, 다시 책을 펴니 그동안 공부했던 게 누가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싸악 사라져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암기만 요구하고 현실에 적용이 안 되는 내용이라 공부를 멈추면 휘발되기가 십상이다)
이때는 정말 내 삶의 모든 가능성이 막힌 기분이었다. 진짜 어디 가서 막노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당시에 건강도 나빠져 있는 데다 계절도 겨울이어서, 봄이 오면 인력사무소에 나가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러다가 고영성 작가의 연락을 받게 되었고, 나는 체인지그라운드, 지금의 상상스퀘어에 입사하게 된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공무원에 합격했더라도 절대 행복을 얻을 수는 없었을 듯하다. 내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 이유가 딱 <인생은 실전이다>에 나온 내용과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것은 시험 답안 맞추는 게 전부였고, 나는 원래 해왔던 편안한 방법을 다시 시도하려 했었다. 컴포트존을 벗어나 내 가능성을 시험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더 편한 곳으로 도망쳐 봤자 낙원에 도달할 수는 없다.
지금 내 삶은 몇 년 간 컴포트존 바깥에 있다. 매해, 아니 분기마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기분이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밑바닥부터 꾸역꾸역 뭔가 이뤄낸 적도 있다. 무척 힘든 시기였지만, 그래도 보람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앞에는 나를 끌어주는 리더가 있고, 옆에는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있다. 철저히 운에 의해서였지만, 나는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고, 그 덕에 나만의 낙원을 찾아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2) 진짜 강점을 찾았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는데, 나는 이과보다 문과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전공에서 F를 숱하게 맞았던 때에도 인문학 교양에서는 A+를 받았다. 수학보다 글쓰기가 더 좋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제 글을 보고 마음에 울림을 받았다는 고마운 편지를 받기도 했다. 만약 공무원에 합격했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고영성 작가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글을 쓰는 직업을 구하게 되었다. 내 강점을 알아봐 준 고 작가님께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강점 찾기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만약 나처럼 타성에 젖어 도망치듯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꼭 가져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3) 인생의 목표에 관하여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패착을 꼽으라면, 대학 입학 후 공부를 손에서 놓았던 게 아닐까 싶다. 어리석게도 나는 명문대 입학을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명문대에 입학한다고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공무원 시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30대 중반이 넘자 주변에 공무원 경력이 쌓인 친구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 중 하나는 “오늘도 야근이야.”다. 공무원이라고 마냥 쉬운 게 아니었다. 박봉에, 야근에 공무원도 고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공무원 합격을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또 공무원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인생의 목표’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목표를 이뤘다고 끝이 아니다. 목표 달성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목표 달성 이후에 더 큰 시련이 기다릴 수도 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 목표를 이루고,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하는… 달리 말하자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인 셈이다.
이 글을 통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험 생활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있다. 나처럼 도망치듯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거라면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관하여 조금의 소명 의식도 없다면 공무원 생활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왜 공무원에 도전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지 꼭 고민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공무원 시험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리스크가 큰 선택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시험을 비롯해 각자의 꿈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모든 분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읽어야 할 ‘생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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