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정리하고 내려온나. 니한테 상처만 준 서울, 더 있을 필요 뭐 있노?”
2017년 말, 휴대전화 너머 들려오는 어머니의 울먹임에 나는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컥함을 참고 대답했다.
”엄마, 내 이대로는 못 내려갑니다. 서울은 여전히 나한테 기회의 땅입니다.”
그리고 차마 하지 못했던 한마디.
’그동안 제가 어떻게 버텨왔는데요, 시집살이보다 더한 회사 생활을…’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때는 서울의 한 언론사에서 근무한지 5년 차가 다 돼가던 시점이었다. 2013년 입사 후 3년 동안 ‘개고생’했다. 지방 언론사에서 쌓은 경력이 무색할 정도로 일을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 용어로 도배된 기사는 이해할 수 없었고, 경력기자로 입사했지만 지면 1차 마감은 늘 꼴찌를 달렸다. 상사에게 매일 혼이 났고 하루 종일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나는 부서에서 혼자가 됐다. 질타로 얼룩진 3년을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버틴 데 이골이 났기 때문이었을까? 2016년 이후 부서에 민폐 끼칠 일 없이 무난하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이 와중에 회사에서 ‘내 진가(眞價)를 알아봐 준(지금 생각해 보면 ‘알아봐 줬다고 착각’했었다. 외로웠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 결혼도 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1년 3개월 만에 끝나고 말았다. 전 남편의 집안 사정으로, 전 남편의 어머니와 함께 산 것이 화근이었다. 개인 사업 실패로 부모님의 돈을 끌어다 쓴 전 남편은 당신 어머니의 이혼 명령에 쩔쩔맬 뿐이었다. 함께 빚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나에 감사하며, 내 이름으로 된 재산과 최소한의 책을 가지고 나왔다.
모든 게 다 최악이었다. ‘드디어 서울 간다’라며 설렘 가득 안고 갔던 회사에서는 3년이 지나도록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것도 없고, 결혼 생활은 어처구니없이 끝났으니까.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그다음 날 출근할 것을 생각하고, 다음 날 신문편집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내 인생 자체가 뉴스거리인데 세상 돌아가는 걸 신경 써야 했다. 하루, 이틀, 사흘, 일주일… 마음속에 ‘사직서’를 안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꾸역꾸역 회사를 다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대로 조용히 모든 걸 다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기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버텼는데, 여기서 다 그만두고 내려갈 순 없다.’
살아남아야 했다. 오로지 ‘서울에서 다시 살기’를 생각하며, 조금씩 저축해왔던 비상금으로 자취방을 구했다. 그때 나를 버티게 한 것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하며 딸의 안부를 물었던 어머니의 전화와 저 멀리서 보내오는 친구들의 안부 카톡, 무엇보다 살아야겠다는 ‘절박함’이었다. 혼자서도 잘 살아보자는 절박함 하나로 달려온 지 3년, 그동안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 지었던 ‘체중 10㎏도 감량’해보고, 당시 회사에선 도무지 없을 것 같던 ‘친구’도 사귀었다. 무엇보다 독서모임을 알게 되고, 운영하게 되면서 내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사귀었고 나아가 지난해엔 지금 내가 몸담은 곳 ‘상상스퀘어’로 이직도 했다.
현재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 상상스퀘어의 첫 책 <인생은 실전이다>를 읽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때가 차라리 연습게임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오던 때를 말이다. 하지만 인생에 연습은 없고 실패의 경험은 고스란히 자의든 타의든 기록으로 남는다. 중요한 건 실패의 기록으로 내 삶을 감히 ‘망했다’라고 총평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만약 내가 3년 전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단정 지어버렸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회사의 첫 책 출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을까!
공저자인 신영준 박사와 유튜브 ‘신사임당’으로 알려진 주언규님은 대기업 연구원과 방송국 PD라는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가의 길을 걸어오며, 대중에게 생존과 직결되는 자기계발, 사업의 길을 제시해오고 있다. <인생은 실전이다>는 두 저자가 제시한 수많은 메시지들 중 독자들에게 ‘절박한 것’들만을 담았다. 열심히만 해서는 생존조차 어렵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한 두 저자는 ‘일 잘하고, 돈 잘 벌고, 잘 사는 법’을 80개의 칼럼과, 20개 주제의 명언에 고스란히 실었다.
특히 신영준 박사는 상상스퀘어의 의장이기도 하다. 내가 1년 넘게 지켜본 그의 ‘절박함’은 생존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이상(理想)을 향해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초, 속초에서 연 티타임에서 사람들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며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전 세계 톱5’의 반열에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그의 메시지가 메시지로 끝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직원들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과 보여주는 행동들 때문이다.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콘텐츠의 제목과 섬네일, 그리고 내용을 함께 고민하고, 회사가 직원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기반’이 되길 누구보다 바란다. ‘평생직장은 없다’는 것이 공식이 돼버린 요즘 세상에서, 그는 우리 회사를 직원들의 ‘평생직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누구보다도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그는 늘 고통(高通) 속에 산다. 그와 함께하는 직원인 나도 마찬가지다. (상상스퀘어 임직원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난 3년의 ‘절박함’이 나 윤수은이라는 한 개인의 서울에서의 다시 살기에 대한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절박함은 특정 장소에서의 살아남기를 넘어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나씩 써 내려가는 행동일 터다. 여기서 답은 목표다. 이 글을 빌려 내가 생각하는 답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보자면 내 꿈은, 내가 생활하는 공간 외에도 멀리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쉴 수 있는 방 한 칸이 더 있고, 거실 공간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이다. 집을 구하려면 목돈이 필요하고, 목돈을 모으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절박함은 행동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음을 마음속 깊이 새겨본다. 마지막으로 두 저자의 생존에 대한 절박함과 날갯짓을 담은 이 책이, 삶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그리고 그이들이 자신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날갯짓을 이어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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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 이미지 출처 : 영화 <미쓰백> 스틸컷, 네이버영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