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가 계속 되면 가족이라도 권리인줄 아나보다. 세상에서 가장 난해하고 힘든 인간관계를 뽑자면, 가족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가족 관계에서 미묘하면서도 알 수 없는 갑질이 종종 등장한다. 특히 명절 때 벌어지는 가족들 간의 갈등은 가족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친척 간의 관계가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적당히 멀다고 생각했는 데, 종종 훅 치고 들어오는 친척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어디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한 커뮤니티에서도 사촌 언니의 조카와 벌어진 일로 무척 속상하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끼던 스티커가 있었는데 조카들이 탐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카들에게도 아끼던 스티커들을 몇 개 줬다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조카들이 집에 갈 때 스티커 500개를 몽땅 가져갔다. 누군가에겐 그저 “스티커인데 어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쓴이에게는 취미이자 인생 행복 중 하나가 스티커 수집이었다. 심지어 500개 정도 모았다면 그 애착과 노력이 상당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글쓴이의 엄마와 사촌 언니의 반응이었다. 스티거 가지고 왜 그러냐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런 말이 결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촌 언니가 가방을 무척 아껴서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가방을 샀다고 하자. 어느 날 조카들이 놀러 와서 가방이 이쁘다면서 초등학교 들어갈 때 매고 싶다고 한 두개 가져가고, 심지어 갖고 있는 가방들을 몽땅 가져가버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분노와 짜증이 몰려올 것이다..

문제는 ‘스티커’가 아니다. 아무도 글쓴이의 의사를 묻지 않고 글쓴이의 물건을 가져간 데에 있다. 심지어 스티커 한두개도 아니고 500장 통째로 가져간 거는…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수집하고 있는 아끼는 물건이 통채로 사라졌다는 생각만 들어도 끔찍하다. 가족이 이래서 어려운 것 같다.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상식적으로 통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면죄부가 쓰이기 때문이다. 비단 글쓴이뿐만이 아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부모의 갑질, 자식의 갑질, 배우자의 갑질로 인한 고통의 글이 쏟아진다. 

이런 걸 방지하려면 서로 딱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가족을 직장 상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갑질을 상사에게 할 수 있을까? 라는 높은 기준으로 가족 관계 속에 일어나는 행동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직장 상사가 아끼는 500장의 스티커를 말도 안 하고 가져갈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 상사라는 기준은 먼저 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자신의 행동에 따라서 언젠간 불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걸 인지하기 위해 비유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들에게 때론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을 거라는 알량한 ‘믿음’ 때문에 의도치 않은 말과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관계, 어렵지만 배려와 이해가 있다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다.

참고 <사촌언니 애기가 제 스티커 500장 훔쳐 갔어요>,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