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위해 꼭 갖춰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태도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정말 마인드가 다르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가 특히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공부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라면, 태도 이외에도 운처럼 성공을 가르는 강력한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공부는 다르다. 운이 좋아서 빨리 배웠다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겸손의 표현으로 운을 들먹이기도 하지만, 운이 좋아서 시험을 잘 봤다고 하지, 운이 좋아서 잘 배웠다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공부처럼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분야도 없다. 그래서 공부야말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공부를 잘하는 사람의 태도는 무엇이 다를까? 어떤 태도를 가져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이는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단지 노오오오력 한다고 전부가 아니다. 진짜 성공을 부르는 태도는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가져온다. 여기에 인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철학적인 깊이도 더해야 한다. 이쯤 되면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책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그러한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지 뇌 과학, 심리학, 심지어 인공지능까지 현대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이력을 보면 이 책이 왜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공부’에 최적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인간의 뇌에서 언어와 숫자를 처리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인지신경학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자다. 현재 프랑스에서 실험인지심리학 교수로 활동 중이며, 뇌 의식에 관한 훌륭한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한마디로 ‘공부하는 법을 연구하는’ 과학자인 셈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공부’에 관한 책 중에 추천할 만한 도서로 <완벽한 공부법>이 있다. 어떤 태도와 습관과 전략을 갖춰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풀어낸 명저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완벽한 공부법>의 심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뇌 과학과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배움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부분, 즉 인간이라는 생물 자체를 파헤치는 것이다. (그래서 부제가 배움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이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솔직히 책이 어렵다. 책에 나온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화하려면 1번만 읽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읽고 나서 얻게 되는 것이 어마어마하다. 배움과 공부에 관하여 읽기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야가 확장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 특히 공부를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3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왜 배워야 해요?
질문만 봐도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할 것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공부 잘하는 학생들도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답도 다양하다. 대부분 실력을 키우고, 원하는 목표를 달성해,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배워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의 유전자는 30억 쌍의 문자들로 이루어졌다. 이를 비트로 환산하면 60억 비트에 달한다. 큰 숫자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작다. 이를 바이트로 전환하면 약 750메가바이트가 된다. 즉 인간 유전체의 정보 용량은 기껏해야 구식이 된 CD-ROM 한 장 크기밖에 안 된다. (요즘은 코딱지만 한 USB도 최소 1기가바이트가 넘는다) 그런데 인간의 뇌 속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고, 그 뉴런끼리의 연결은 1,000조 개가 넘는다. 우리 뇌의 각 신경 연결을 1비트로 환산하면(이는 분명 너무 작게 잡은 거지만), 우리 뇌의 정보 용량은 무려 100테라바이트가 된다.
이러면 커다란 모순이 생긴다. 우리 뇌의 정보 용량은 유전체에 비해 무려 10만 배나 크다. 유전체는 생명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뇌는 건축가의 도면보다 10만 배나 많은 세부 사항이 담긴 불가사의한 건축물이 되는 셈이다. 이 모순을 해결하는 답은 결국 한가지다. 뇌라는 건축물의 뼈대는 유전체라는 설계도에 따라 세워지지만, 그 세부 사항은 배움이라는 과정을 통해 조정된다는 것이다.
즉, 배움이란 더 많은 정보를 담아, 궁극적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인간이라는 생물이 선택한 진화의 결과다. 다시 말하자면 배움이란 우리 생명이 그 자체로 갖고 있는 정체성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호모 도센스’, 즉 스스로 가르치는 종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정말 차원이 다른 수준의 답변이지 않은가?)
2) 공부하기 좋은 때는 언제예요?
‘공부를 잘하기 위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뇌 가소성’에 관하여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의 몸은 20대가 되면 성장을 멈추지만, 우리의 뇌는 죽을 때까지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성질을 뇌 가소성이라 한다. 그래서 공부는 평생 하는 거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에서는 뇌 가소성의 한계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뇌 가소성에 의해 시냅스 연결에 변화가 일어나지만, 그것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따로 있다. 이 시기를 지나면 가소성은 점차 줄어든다. 예를 들면 감각 영역은 1~2살 때 가소성이 절정에 이르고, 전두엽 피질은 청소년기 초에 절정에 이른다. 즉, 나이가 들수록 배우는 게 멈추지는 않지만, 점점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결정적 시기’라고 부르지 않고 ‘민감기’라고 부른다. 나이가 들수록 학습 능력이 줄어들지만, 결코 완전히 제로 상태가 되진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감기가 끝나는 데는 좋은 점도 있다. 시각이나 청각 같은 감각 영역처럼 낮은 계층에 속하는 신경 세포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최적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런 영역에 지속해서 에너지를 투입하기보다는 민감기를 끝내는 게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는 훨씬 이득이다. 게다가 모든 지각 능력의 토대가 되는 감각 영역에 변화가 생기면, 상위 계층의 지각 능력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뇌가 가소성에 브레이크를 장착한 데는 이처럼 타당한 이유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처럼 뇌 가소성의 힘과 한계를 모두 알았다면, 공부하기 좋은 때가 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바로 지금이다. 우리 뇌는 가소성이 있어 평생토록 변화를 멈추지 않지만, 그 정도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든다. 따라서 배우는 게 불가능한 시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배우는 게 조금 더 유리하다. 그러니 지금 바로 공부를 시작하는 게 최선이다.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인생의 진리에 닿은 기분이지 않은가?)
3) 성적을 잘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책에서는 ‘배움이란 에러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쉽게 풀이하자면 저격수가 조준경을 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표적에서 오른쪽으로 빗나갔다면 조준경을 왼쪽으로 조정하고, 반대라면 오른쪽으로 조정한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우리의 뇌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알고리즘이다. 예측을 통해 에러를 찾고 스스로 고치는 시스템이야말로 배움 내지 학습의 기본 토대이다.
따라서 피드백은 배움에서 매우x100 중요하다. 실수 없이 배우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에러 피드백은 처벌과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피드백은 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말해주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악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바로 성적이다. 성적은 평가일뿐 피드백이 될 수 없다. 그 자체로는 우리가 왜 실수했는지 또는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 극단적인 경우 F 성적을 받으면 제공하는 정보가 제로이며, 무능력자라는 사회적 낙인만 남는다.
시험은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고, 또한 공부한 내용을 아웃풋하는 좋은 학습 방법이다. 하지만 시험의 결과인 성적에만 집중하면 부작용만 낳는다.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고, 고정형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성장 가능성을 저해한다.
따라서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공부해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해서도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시험은 틀리기 위해 보는 것이다. 틀린 것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하여 제대로 알게 되는 것이다. 명심하자. 더 많이 실수할수록 당신은 더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배움의 모든 것을 해부하다
이미지 출처 : 드라마 <스카이 캐슬>
※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