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라는 게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인데, 취미에 인생 몰빵하시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돈 많이 들고, 위험한 취미일수록 그렇다. 즐기는 본인은 재밌겠지만, 옆에서 보면 속이 터지다 못해 아주 썩어 문드러질 정도. 와이프 뒷목 잡게 만드는 최악의 취미에 무엇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자.
1) 산악자전거
자전거라는 게 얼핏 싸 보이는 것 같지만, 일단 맛 들이고 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취미 중 하나다. 일단 입문 단계부터 비용이 북북 불어나는데, 이유는 여러 액세서리 때문이다. 자전거를 즐기려면 자전거만 사서는 안 된다. 헬멧 등 안전 장비부터 시작해서 조명, 의상, 신발, 여기에 최신형 gps와 어플 연동 장비까지 갖추면 자전거를 빼도 수백만 원이 그냥 깨진다.
하지만 자전거 본체의 악랄함에는 비할 바가 안 된다. 싼 자전거야 30만 원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자전거 성능이 좋아질수록, 특히 무게가 줄어들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고작 100g 차이에 가격이 천만 원씩 벌어지는 가성비 지옥 앞에서 일반인이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할 때, 자전거 덕후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래서 돈 좀 넘쳐나는 분들이 고급 차에 고급 자전거를 매고 다니면 “집 위에 자동차 싣고 다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 (1억 위에 3천 만원 매고 다녀요)
게다가 그 자전거가 산악자전거다? 로드자전거도 도로에서 자동차랑 뽀뽀하면 중환자실 예약 확정이지만, 그래도 사고가 흔하게 일어나진 않는다. 요즘에는 자전거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기도 하고… 하지만 산악자전거는? 그냥 매 순간이 사고의 순간이다. 게다가 한번 다치면 크게 다친다. 사실 그런 위험천만한 스릴을 즐기는 게 목적인 취미긴 하지만,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 당장 자전거를 분질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도 이해가 간달까… (그러지 말고 중고로 팝시다)
2) 오토바이
위험한 취미라고 하면 오토바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래도 가격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취미긴 하다. (자전거 3천만 원, 오토바이 3천만 원. 둘 다 이해가 안 가겠지만 그나마 오토바이가 낫…) 하지만 위험도가 너무 높다. 산악자전거가 위험하다 해도 다치면 몇 군데 부러지고 말겠지만 (목만 아니면 돼!) 오토바이는 다치는 걸 넘어 황천길 급행 코스를 탈 확률이 높다.
이는 느낌상 하는 말이 아니고 통계지표와 실험 결과가 입증한다. 오토바이는 차보다 가속도가 훨씬 빠르면서, 차와 최고속력이 비슷한데, 태생적으로 넘어지기도 쉽다. 게다가 차보다 훨씬 가벼우면서 보호장치가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헬멧 빼면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셈인데, 그 빈약한 플라스틱 하나 쓰고 시속 200km로 달리다 사고 나면… 안 죽는 게 과학적 이치에 안 맞는 거 아닐까? 여기다 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오죽하면 ‘오토바이 안 팔면 내 딸은 없다’라는 장인, 장모님 말씀이 나오겠는가?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도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서, 총각 때 오토바이 신나게 즐기다가도, 결혼하고 나서 관두든가, 아이가 생기면 관두는 경우가 많다.
3) 패러글라이딩 / 윙슈트
하늘을 나는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취미. 무서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통계조사에 따르면 패러글라이딩 사고 경험자가 57.3%에 달한다고 한다. 그나마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미리 대비하면 피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한다. 잘 통제된 환경에서 날씨나 기타 요소를 철저히 체크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사실 남성 못지않게 여성도 많이 즐기는 취미인지라, 와이프 속터지는 취미라고 하기에는 덜 매운 감이 있다.
하지만 이 취미는 다르다. 매운맛 극강의 취미다. 윙슈트는 날다람쥐 모습에 착안해 만든 슈트이자, 그 슈트를 타고 활강을 즐기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말한다. 250km/h가 넘는 속도로 하늘을 나는데, 짜릿한 걸 넘어 오금이 저리지 않을까 싶다. 슈퍼맨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만큼 남자들의 로망을 한껏 자극하는 면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윙슈트는 부상자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적은 스포츠라고 한다. 왜냐면 사고가 나면 그냥 죽으니까. 날아가다 바위나 나무에 부딪히면 99% 즉사한다. 살아남아도 사람 구실 하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배우자의 취미가 윙슈트다? 이건 생명보험 박아놨다 ’10억을 받았습니다’ 드립 쳐도 뭐라 못 할 각이다.
4) 온라인 게임
과거에는 게임이 최고의 취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집에 붙어 있어 안전하지, 돈 많이 안 들지, 이보다 좋은 취미가 또 있을까?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게임도 바뀌었다. 물론 콘솔 게임이나 e스포츠형 게임들은 아직도 무료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지만, (단 성격을 망칠 수는 있습니다. 부모님 안부를 엔간히 물어야지…) 온라인 성장형 게임의 경우 더는 저렴하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이유는 ‘가챠’라는 시스템 때문이다. 가챠는 원래 일본에 있던 도박형 뽑기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랜덤 아이템 뽑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일반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이렇다. 옛날 게임들은 아이템을 얻으려면 몬스터를 잡는 게 전부였다. 그러다 게임 회사가 아이템을 유료로 팔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는 돈 쓴 만큼 아이템을 얻는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 방식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템 구입에 도박적 요소가 추가된다. 돈을 주고 아이템이 담긴 상자를 받는데, 그 상자 안에 무슨 아이템이 들었는지 모른다. 예를 들면 백화점에서 박스를 하나 샀는데 그 안에 명품백이 들었는지, 새우깡 한 봉지가 들었는지 열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다. 그런데 상자 가격이 10만 원이다. 300만 원짜리 명품백이 나오면 땡큐겠지만, 새우깡이 나오면 미친 짓이 된다. 거기다 명품백이 나올 확률은 0.001%. 새우깡이 나올 확률 90%. 그런데도 사람들은 혹시나 나올지 모르는 명품백을 노리고 가챠를 한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게 요즘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게임에 수억 원을 쏟아붓는 사람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니… 가챠 시스템을 갖춘 게임 회사는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돈 샘을 만들었다고나 할까? (엔씨 주식이 얼마더라…)
취미는 즐기고자 하는 일이다. 하지만 생활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즐길 수 없다. 지 앞가림도 못 하면서 취미에 인생 꼴아박다가는, 인생 골로가는 수가 있다. 그럼 취미는 어떤 자세로 접근해야 할까? 책 <중독의 시대>에는 호르메시스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물질이 적당히 섭취하면 우리 몸에 유익하고 영양가도 있지만, 너무 많이 섭취하면 유해하거나 치명적이라는 개념이다. 취미도 호르메시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적당히 즐기면 우리 인생에 활력을 주겠지만, 너무 과하면 유해하거나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니 취미에 인생이 휘청이는 것 같다면 호르메시스 정신을 떠올리자. ‘적당히’를 아는 사람이 오래 가는 법이다.
참고 : 와이프들 속터지는 남편 취미생활 최상위 등급.gif, 더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