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소개구리
1970년대 식용 목적으로 한국에 들여옴. 이후 장사가 안되자 저수지에 야금야금 버려져 한국 생태계에 입성! 개구리 주제에 뱀도 먹을 정도로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데다, 번식력까지 정력왕이라, 1990년대 중반부터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의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토종 육식어류인 가물치와 메기가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먹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동안 황소개구리가 생소해서 멀리했던 동물들도 황소개구리를 먹잇감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 단백질이 많고 행동이 느리기 때문에 포식자들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라고 한다. 일단 맛 들이고 나니 최고의 영양식이었던 셈.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황소개구리 몸집이 점점 소형화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2) 베스(큰입우럭)
황소개구리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 식용으로 들여왔다가 양식 사업이 흐지부지되면서 가두리를 탈출한 녀석들이 한반도 생태계 입성! 이놈도 뛰어난 피지컬과 번식력 덕분에 전국 여기저기 퍼져 손 쓸 방법이 없었는데…
강준치 : 형 왔다!
끄리 : 눈 안 깔어?
우리 하천에는 한 성깔 한다는 강준치와 끄리가 있었다. 몸집은 베스보다 작지만 일단 처먹고 보는 호전적인 성격에, 단독 생활 하는 베스와 달리 떼로 몰려다니며 베스 치어를 아작내고 있다고 한다. 베스 성체도 철새나 텃새 같은 조류들과 토종 어류인 쏘가리, 가물치에게 영양간식으로 유린당하는 중이다.
게다가 생태계 끝판왕이자 흉악하기 그지없는 인간에게도 찍혔다. 베스가 힘이 좋아 낚시하는 손맛이 일품이라 낚시꾼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다고… (이쯤 되면 불쌍…) 결국, 증폭하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중이라고 한다.
3) 뉴트리아
1980년대 후반 식용과 모피용으로 한국에 들여왔지만, 가축 사업이 실패하고 (먹기엔 너무 징그러 ㅠㅠ) 일부 개체가 방치되다 탈출하면서 한국 생태계에 입성한다. 이놈들의 문제는 습지식물의 부드러운 줄기를 먹이로 삼아 어린 습지 식물의 씨를 말린다는 것. (대표적으로 논의 벼) 다른 유해종보다 유독 뉴트리아의 악명이 높은 이유는 농사에 피해가 가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고 한다. 이후 ‘괴물쥐’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최악의 생태계 교란종으로 명성을 높이게 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에서 포상금을 걸고 뉴트리아 포획에 나서기도 했다. 기상천외한 뉴트리아 사냥법까지 등장하기도 하고 (뉴트리아를 잡아 항문을 막은 뒤 풀어주면, 스트레스를 받은 뉴트리아가 새끼를 물어 죽여 개체 수를 줄인다는 방법이 나왔습니…) 포상금으로만 1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사람도 나왔다. (위 사진의 전홍용 씨) 그럼에도 뉴트리아는 꽤 오랫동안 낙동강 유역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었는데…
삵 : 나 삵이다. 칡 아니다.
멸종 위기 동물로 분류되던 칡이.. 아니 삵이 최근 뉴트리아를 잡아먹고 있다고 한다. 마땅한 천적이 없어서 무한 번식 중이었던 뉴트리아였는데, 제대로 된 천적을 마주친 셈.
여기에 웅담 성분이 있다는 소문에 몸에 좋은 거 무지 좋아하는 인간들에게까지 찍혔다고 한다. 토종 천적 + 현상금 사냥꾼 + 웅담 3연타가 터지면서 괴물쥐의 독재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한다.
생태계는 대표적인 복잡계 중 하나다. 아주 작은 요소가 큰 영향을 불러올 수도 있기에 각국에서는 외래종의 유입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외래종이었던 토끼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바람에 토끼와의 전쟁을 벌였던 적도 있다. (결과는 인간의 패배라고…)
하지만 생태계는 특유의 복잡함을 바탕으로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외래종을 제압하는 토종 생물의 등장이 대표적인 예다. 처음에는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만, 곧 나름의 균형에 적응하고, 새로운 생태계의 질서를 확립한다.
이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나 대 유행병 등 시스템을 교란하는 어떤 충격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혜다. 결국,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고, 그들이 적응한 시스템이 새로운 질서가 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생태계를 볼 때마다 되새기는 삶의 교훈이 아닐까 싶다.
참고 : 생태계 교란종들의 근황을 알아보자.Araboja, 개드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