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이의 선 두 개가 있다. 다른 것은 화살촉의 방향이다. 이 착시현상은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보는 내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편향적 사고를 가지면 어떤 상황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주관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뇌는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흡수하기 때문에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파악하려는 기질이 있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발달했다 해도,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지 반대의 의견을 생각하고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 도전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갖 자료를 대며 근거가 있다고 말한다. 그 자료로 자주 나오는 것이 그래프다. 이 그래프는 너무 그럴싸해서 쉽게 믿어버린다. 데이터로 근거를 대니 솔깃해진다. 이런 게 ‘선택 편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 <똑똑하게 생존하기>는 헛소리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려고 그래프로 장난을 치는 수많은 사례들이 나온다. 우리가 그동안 이러한 자료들에 얼마나 많이 속아왔는가를 알려주는 셈이다. 나는 얼마나 호구처럼 특정 주장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한 신뢰해 왔던가. 그야말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속기 십상이다. 더이상 호구로 살아선 안 된다. 올바른 시각에서 데이터를 보려면 2가지만 기억하자.
1. 출처에 의문을 품어라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가? 이 사람은 어떻게 그걸 아는가? 이 사람이 내게 팔려는 것은 무엇인가?’ 기자들이 훈련받는 방법이다. 어떤 정보를 접할 때 간단한 의문을 품는 것이다. sns 피드를 훑어보거나 뉴스 방송을 볼 때, 기사를 읽을 때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동산, 주식, 찌라시 등 우리를 자극하는 정보에는 의도한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럴지도 모른다. <똑똑하게 생존하기>의 저자는 실제로 정보를 퍼트리는 사람들은 대개 정보의 바이럴만으로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에 매우 공감했다. 퍼트리는 행위 자체로 돈을 번다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의도를 갖고 정보를 여기저기 옮기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을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출처가 중요하다. 출처가 불명확하면 그 정보는 진실이 아니라고 여기도록 하자.
2. 선을 하나 긋거나, 세로축을 보거나
첫 번째 방법은 선을 그어 보는 것이다. 좌측 가계소득 증가율 그래프를 아무 생각 없이 보면, 16년도 4분기를 기점으로 가계소득이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측처럼 선 하나를 반듯이 그려 넣으니 15년도 2분기에 비해 가계소득 증가율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제작 담당자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실수로 이렇게 만든 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최소한의 의심을 해 보는 것이다. 아주 간단한 확인 절차로 선 하나를 그어 보면, 이 그래프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세로축을 살피는 것이다. 실제 방송에 나갔던 한국갤럽 2020년 4월 5주 차 그래프를 보면 더불어 민주당과 미래 통합당의 비율이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세로축에 기준에 없으니 이런 그래프가 그려지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처럼 세로축에 동일한 비율로 눈금을 그리면 제대로 된 그래프가 됨을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래프에 어떤 의도가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한 번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정보를 접하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가를 놓치기 쉽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 짓는 자신만의 기준점이 모호해진다. <똑똑하게 생존하기>를 통해 다시 한번 기억해 두자. 출처를 명확히 알고, 그래프를 보면 선을 긋거나 세로축을 확인하자. 정보에 대한 무한 신뢰는 헛소리에 놀아나는 호구로 살기에 딱 좋다.
참고: 칼 벅스트롬, 제빈 웨스트, <똑똑하게 생존하기>
이미지 출처1.드라마_대박 부동산
이미지 출처2.통계청[가계동향조사]
이미지 출처3.연합뉴스tv_여의도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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