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PC방 사장이 폐지 줍는 할머니께 화를 냈다고 한다. 할매 큰일 난다고. 그러면서 저녁 사드시라고 만 원 한 장을 쥐어줬다고 한다. 츤츤한 매력이 넘치는 사장님이다. 말은 험해도 행동은 더없이 따뜻하다. 그렇게 돈을 준 게 한두 번이 아닌 듯하다. 역시 사람은 말보다 행동, 그리고 행동보다 돈이다. (사랑은 돈으로 말해요~)
우리 집도 예전에 음식점을 경영한 적이 있다. 식재료를 많이 사다 보니 필연적으로 박스가 매일 수십 개씩 쌓였다. 처음에는 이 박스들을 쓰레기와 함께 내놨다. 그러면 밤새 환경미화원분들이 수거해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부모님이 박스를 내놓지 않고 주차장 안쪽에 고이 쌓아놓으시더라. 왜 그런가 했더니 동네에 폐지 주으러 다니시는 할머니를 위해 따로 쟁여놓은 거라고 하셨다.
폐지 줍던 할머니는 참 좋은 분이셨다. 수거 차량이 휩쓸고 가면 박스 부스러기나 테이프 조각 같은 게 널브러져 치우기 번거로웠는데, 이분은 주변까지 말끔히 해치우고 가시더라. 리어카에는 커다란 자루를 달아서 플라스틱이나 테이프처럼 박스에 붙어오는 것들을 따로 담아 가셨다. 덕분에 박스도 치우고 거리도 깨끗해지니 주변 상인들이 죄다 할머니를 위해 박스를 따로 내놓기 시작했다.
나중에 소문으로 들었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는 과거에 대학도 나왔고, 번듯한 직장도 다녔지만, 자식이 노름에 빠져서 재산을 다 말아먹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결국 폐지를 줍게 되었다고 한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어려운 형편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런 형편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모두 대변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폐지 줍는 분들을 조금이나마 업신여기는 마음이 있었던 자신을 반성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오늘 폐지 할머니에게 화를 냈다는 PC방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다시 반성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도와주고자 하는 선한 마음이 무엇인지 느꼈기 때문이다. 당시에 폐지를 따로 모아 놓으며 스스로 ‘남을 돕는다’라는 만족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어쩌면 폐지 줍는 할머니와 나 자신을 비교하며 행복감을 확인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PC방 사장님은 그런 추잡한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저 배고픈 사람에게 한 끼의 배려를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게 진짜 남을 돕는 마음, 진정한 선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덧. 진짜 이 사장님 돈쭐내야 할 것 같은데, 어디 PC방인지 알 도리가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ㅠㅠ
참고 : 폐지 줍는 할머니한테 화내는 PC방 사장.., 이토랜드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