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마주치는 것 중엔 물건의 가격표가 있다. 보면 볼수록 의문이 든다. 깔끔하게 1만 원만 받으면 될 것을 9,900원, 혹은 9,990원에 받는다고 하고 2만 원을 받으면 될 것을 19,900원에 받는다고 하니 말이다. ‘겨우’ 100원, 10원밖에 가격을 낮췄으면서 이를 보란 듯 소비자들에게 내놓는다.
물론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 내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사야 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뒷자리를 남기는 가격 설정을 ‘단수 가격’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은 숫자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고 이해하는 습관이 있음으로, 왼쪽에 적혀있는 숫자에 가장 강한 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왼쪽 자릿수 효과’라고 말한다. ‘단수가격’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가격 대비 만족을 주고, 구매 의욕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예전부터 이용됐다.
위 사례도 역시 마찬가지다. 1만5000원어치를 사면 5,000원의 배송료가 붙어 총합계가 드는 것이나, 2만 원 이상을 사면 무료배송이라는 거나 어떻게 보면 그게 그것인데 왜 사람들의 반응은 배송료 5,000원이 추가로 드는 걸 아까워하는 걸까? 이 게시글의 댓글에는 총합계가 같아도 사람이 느끼는 물건의 가치가 달라서 그런 것이라고 한다. 나는 1만5000원의 가치를 구매한 것인데, 별도의 배송비 5,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는 것이 아까운 것이다. 반면 20,000원에 배송비 무료인 경우, 내가 구매한 물건의 가치만큼 딱 구매한 것이기에 만족도가 더 높은 것이다. 물론 20,000원이란 가격 안에 배송비가 포함된 것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아무쪼록 위 사례를 통해 우리의 판단력은 ‘가격’ 앞에서 한없이 약해질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참고 및 썸네일 이미지 출처>
1) 배송비 5000원.jpg, 웃긴대학(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