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익명으로 아내와 싸운 이야기를 올렸다. 이야기를 보면 싸운 이유도 참 평범하다. 그럼에도 남자는 별거와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4살 아이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고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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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글에 달린 댓글이다. 진짜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인생 조언이 달렸다. 내용이 좋을 뿐만 아니라 표현도 어찌나 예쁜지 읽고 나니 그저 감탄만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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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스토리를 짜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나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교수님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교수님은 어느 봄날에 조용한 호수 위에 작은 배를 띄우고 그 위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심하게 흔들렸다. 또 주변 펜션에 놀러 온 대학생들이 오리 보트를 타다가 실수로 부딪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잔뜩 짜증 난 표정으로 뒤를 휙 돌아봤는데,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배 옆으로 묵직한 판자 조각 하나가 둥둥 떠가더란다. 그 순간 언제 들었냐는 듯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를 방해했다는 스토리텔링 속에서 교수님은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 스토리가 나무조각이라는 진실로 치환되면서 분노는 사라져버렸다. 다른 스토리텔링이 이뤄지자, 다른 감정이 생긴 것이다.
결혼생활도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모습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도, 끔찍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다 마음의 문제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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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 윌 헌팅>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 아내는 긴장하면 방귀를 뀌곤 했었어. 여러 가지 앙증맞은 버릇이 많았지만, 자면서까지 방귀를 뀌곤 했어. 어쨌든 어느 날 밤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개까지 깼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당신이 꼈수?’ 하길래, 차마 용기가 안 나 ‘응’ 하고 말았다니까!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나 됐는데, 그런 기억만 생생해. 멋진 추억이지 그런 사소한 일들이 말야. 제일 그리운 것도 그런 것들이야. 나만이 알고 있는 아내의 그런 사소한 버릇들. 그게 바로 내 아내니까. 남들은 그걸 단점으로 보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야. 인간은 불완전한 서로의 세계로 서로를 끌어들이니까.”
남들은 단점으로 보는 것조차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리운 모습이 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게 바로 사랑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흔히 콩깍지가 쓰였다고 하는데, 그게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라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 혼자는 불완전할 수 있지만,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완벽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고, 함께하고, 가족을 이룬다.
인생이 스토리텔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미움의 스토리로 채우면 인생이 불행해지고, 사랑의 스토리로 채우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은가? 그 모든 것이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참고
1) 와이프랑 대판 싸웠습니다, 이토랜드 (링크)
2) 영화 <굿 윌 헌팅>
이미지 출처 : 드라마 <네 이웃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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