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의 성공이 어려워 보이는 4가지 이유

팀 쿡이 스티브 잡스처럼 강당 무대에 올라 환한 미소를 짓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는 아이폰 이후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자 한다.

 

“매킨토시와 아이팟, 아이폰은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놨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또 하나의 제품을 소개하게 되어 가슴이 벅찹니다. 자, 이제 애플카를 소개합니다. 애플카는 완전한 전기자동차로 세계적인 수준의 탑승 경험과 인간보다 더 나은 자율주행 기능을 선사합니다. 애플카는 모두가 사랑하는 제품이 될 겁니다.”

 

아마 청중은 모두 열광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상상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2010년대 중반부터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코드명 아래 애플은 엄청난 자원을 집중했고, 이것이야말로 애플의 차세대 혁신 제품이 되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팀 쿡이 애플카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최근 커다란 실패(홈팟)를 겪었고, 이때의 단점이 애플카 개발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에서는 엔지니어가 귀족 대우를 받는 반면, 애플에서는 디자이너가 신성한 존재로 추앙받는다. 일반적으로 기업에 소속된 디자이너는 제품을 건네받고 그것을 보기 좋게 만들라는 주문을 받는다. 반면 애플 디자이너는 제품의 외형과 느낌에 대해 지시를 내린다. 이에 따라 엔지니어와 상품 관리자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이를 구현하는 책임을 맡는다.

 

이러한 방식은 애플의 스마트 스피커인 ‘홈팟’의 실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애플의 디자이너들은 시리(홈팟에 탑재되는 인공지능)를 인격을 갖춘 기묘한 존재로 상상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자, 디자이너들이 이를 가로막았다. 사람들이 시리의 성능을 평가하도록 허용하면 초자연적인 이미지가 사라진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무 피드백도 없는 상황에서 시리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팟은 애플의 재앙이 되었다. 홈팟은 2017년 휴가 시즌을 앞두고 출시될 계획이었지만,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출시일을 연기해야 했고, 출시됐을 때도 애플 제품에 친숙한 이들조차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판매량도 저조했다. 결국 2021년 3월 12일, 애플은 홈팟 단종 소식을 전했다.

 

2) 철저한 격리와 보안

 

애플의 제품 개발은 극비리에 이뤄진다. 심지어 직원들조차 내막을 잘 모른다. 이런 정책은 개발에 최대한 집중하고, 최고를 추구하고,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애플에서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에 대해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할 때, 그 사실을 내부에 공개하거나 아니면 공식적인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물론 논의 상대도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에 대해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친구와 동료는 물론 배우자도 예외가 아니다.

 

애플은 홈팟 개발 때도 시리 팀을 자유롭게 해방시키기보다 고립과 보안을 더욱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시리 팀의 업무를 수직적으로 조직했고, 프로젝트를 비밀에 부쳤으며, 팀원들에게는 다른 동료와 가급적 교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협력의 결핍은 시리 프로젝트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 설립 멤버는 이렇게 말했다. “사무실로 들어가려면 3개의 배지가 필요했죠. 다른 사람들은 절대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우리 팀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돼 있었어요. 누구도 우리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애플은 우리 팀이 자체적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멍청한 생각이었죠.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정보를 끌어모아야 하는 제품을 개발할 때 유일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협력입니다.”

 

3) 다듬기와 창조는 다르다

 

애플은 잡스가 살아있을 때 발명한 2개의 주요 제품을 계속 다듬고 있다. 바로 아이폰과 맥이다. 애플은 이 제품들을 크게 개선했다. 더 얇고 더 빠르게 다듬었다. 여기에 새로운 애플 워치나 에어팟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추가하고 페이스아이디와 애플 페이 같은 기능을 통해 일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 애플만큼 기존 자산에서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기업은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듬기도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애플의 공동설립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2017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이폰8에 만족합니다. 아이폰8은 아이폰7과 같고, 아이폰7은 아이폰6과 같죠. 자동차를 한 번 보세요. 수백 년 동안 자동차의 형태는 4개의 바퀴에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공간과 헤드라이트로 이뤄졌습니다. 자동차는 그리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는 이미 올바른 형태에 도달했습니다. 스마트폰도 모두에게 꼭 맞는 형태에 도달했습니다.”

 

애플의 다듬기 문화는 홈팟 개발에서 격리와 보안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드러났다. 경영진에게 시리란 아이폰을 완성하는 한 가지 요소였다. 즉, 아이폰의 매력을 배가시켜줄 재미있는 기능에 불과했다. 이는 중대한 전술적 실수였다. 애플은 시리의 성능이 아니라 개성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잃었고, 사용자는 흥미를 잃었다.

 

시리팀의 한 멤버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시리를 제3자인 개발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러길 원치 않았죠. 그들은 시리를 아이폰의 한 기능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운영 시스템으로 바라보지 않았어요.”

 

4) 협력이 아닌 하청

 

올해 초 애플이 기아자동차와 애플카 개발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카 개발이 가시화되었다는 기대감과 기아가 그 협력업체로 선정되었을 때 돌아올 이익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되었다.

 

애플은 이 외에도 여러 자동차 기업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모두 결렬되었다. 이유는 애플이 제왕적 주도권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자동차 기업에 애플카를 제조해 납품하는 하청업체 역할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미 세계적인 판매량을 가진 자동차 기업들이 굳이 애플의 밑으로 숙이고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자율주행 전기차가 혁신적인 상품이 될 것은 분명하겠지만, 그게 애플의 혁신이 될 거란 보장은 없다. 현재 이 시장에는 기존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테슬라도 경쟁 중이다. 솔직히 가장 앞서가는 기업은 현재 테슬라다. 다른 기업들도 테슬라의 약점을 보완해 더 나은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언제까지 애플이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인지 의문이다.

 

5) 애플카가 성공하려면

 

애플카는 홈팟을 힘들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디자이너가 인공지능 엔지니어에게 지시를 내리도록 했고, 이는 개발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을 격리함으로써 발전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또한 아이폰에 대한 집착은 애플카 개발 과정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방해하고 있다. 홈팟의 실패를 일회적인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애플카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센서 사례를 들 수 있다. 애플은 다시 한번 애플카 프로젝트를 아이폰 다듬기의 연장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센서를 숨기고자 했다. 센서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잠수함처럼 보이게 만드는 못생긴 부속품이었다. 하지만 센서를 숨기면 시야를 가려 데이터를 제대로 수집할 수 없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차선책을 찾아내야 했다.

 

기계학습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일부 팀원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연구했고, 다른 일부는 페이스아이디를 연구했다. 이 둘은 협력할 여지가 많다. 애플카 인공지능은 자동차도 추적해야 하지만, 눈과 눈동자, 얼굴 특징도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공유할 수 없었다. 당연히 개발이 늦춰졌다.

 

과거 애플을 성장하게 했던 보안과 하향식 계획 수립은 이제 미래를 개척하는 그들의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 애플에서 엔지니어 사고방식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첫 번째 애플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엔지니어는 이렇게 털어놨다. “스피커도 스마트하게 만들지 못했는데, 어떻게 자동차를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2030년을 재패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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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책 <올웨이즈 데이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