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의외로 가장 비싼 것과 가장 싼 것

 

 

정말 의외였다. 나는 지금까지 택시비가 비싸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세계와 비교하니 엄청 저렴한 축에 속했다. 반면 빵은 비싸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세계에서 제일 비싼 줄은 몰랐다. 심지어 2등과 비교해 2배 가까운 가격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1) 택시비가 싼 이유

 

서울의 택시비는 취리히의 1/5, 마이애미의 1/4 수준이었다. 이걸 보니 해외에서 왜 우버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왜 우리나라 택시 업계가 차량 공유 서비스에 그렇게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한국의 택시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공공성이 매우 강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택시비를 개인택시 기사들이나 택시회사들이 정해서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기초자치단체에서 협의를 통해 정한다.

 

서울시만 해도 ‘노사민전정’ 협의체에서 결정하는데, 이 협의체에는 택시업계 관계자, 시민단체, 교통전문가, 서울시 관계자, 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한다. 단순 시장 논리가 아니라 정치적인 계산이 강하게 작용하는 구조다. 그런 만큼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

 

결국, 정부의 개입으로 요금을 싸게 유지하는 형국인데, 그런 만큼 관련 규제 완화와 유류 보조금 지원 등 강력한 지원 정책을 통해 택시 기사들을 보호하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바라본다면, 이러한 정부 개입을 통한 가격 저하에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 택시 서비스는 승차 거부를 비롯해 서비스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하지만 저렴한 요금 때문에 이러한 불만이 제대로 어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렴한 가격이냐, 품질 좋은 서비스냐, 둘 다 동시에 이뤄내면 좋겠지만, 다 잡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저렴한 가격 쪽이 나아 보인다. 솔직히 평범한 월급쟁이 입장에서 현재 택시 가격도 저렴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2) 빵값이 비싼 이유

 

솔직히 비싸도 너무 비싸다. 2등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건 진짜 너무했다. 그냥 비싼 것만이 아니다. 가격 상승 폭도 크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빵값은 9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뉴욕은 9.5%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나라 중에는 오히려 빵값이 떨어진 곳도 있다.

 

이렇게 빵값이 비싼 이유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원자재, 즉 밀가룻값이다. 한국의 밀 자급률은 1.1%에 불과하다고 한다. 밀가루로 따지면 0.4%에 불과하다. 즉 99.6%의 밀가루를 수입해서 빵을 만드는 셈이다. (우리밀이라는 국산 밀 관련 상품이 있긴 하지만, 매우 규모가 작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의문이다. 밀가루가 빵 만드는 데만 쓰이는 것도 아니고, 각종 면 요리에도 들어가지 않는가? 특히 라면을 생각하면 빵값만 유독 비싸다는 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로 제과점이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빵은 제과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편의점에 공급되는 양산형 빵은 전체 규모의 6.7%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제과점의 빵값이 양산형 빵보다 비싸니 이러한 소비 구조가 빵값 상승을 유도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빵값 상승에는 기업의 부당행위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빵 생산 점유율 1위 기업인 SPC 삽립은 부당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으면서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SPC의 계열사인 ‘파리크라상’은 다른 계열사인 ‘밀다원’으로부터 밀가루를 공급받는데, 양사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에 ‘삽립’이라는 회사를 통해 밀가루를 구매했다. 삽립은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중간 유통 업체가 되어 이익을 챙겼다. 일종의 ‘통행세’를 거둔 셈이다. 그 통행세는 고스란히 빵값 상승으로 이어졌고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너무 좋거나 너무 나빠서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그 생각이 맞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빵값은 솔직히 너무 나쁘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면 분명 중간에 누군가의 농간이 들어갔을 것이다. 아마 SPC 사례 이외에도 빵값 상승을 부추기는 부당거래가 더 있을지 모른다. 그런 것들을 전부 잡아내야 한다. 빵값 민주화가 절실하다 ㅠㅠ.

 

참고 : [빵 vs 택시] 빵, 커피 가격은 서울이 1위 ⊙_⊙ 정산회담(moneyroad) 7회,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