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대유행병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사람들은 그동안 자연을 인위적으로 훼손했음을 반성 중이다. 인간이 살기 위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했고, 나무를 베어내고 강을 오염시킨 것이 오늘날의 고통을 불러왔다. 미래는 그러지 않기로 다짐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과연 인간은 자연(생태계)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그 선은 과연 어디일까? 영국 BBC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의 일화는 ‘인간의 생태계 개입은 (무조건) 좋지 않다’는 주장에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BBC 제작팀 ‘린지 매클레이’는 눈보라를 맞으며 촬영 중이었다. 그러나 영하 60도의 혹한 속에 예상치 못한 폭풍까지 동반돼 기상 여건은 최악이었다. 그러던 중 가파른 협곡에 갇혀 수십 마리의 펭귄이 고립된 모습이 ‘매클레이’ 카메라 앵글에 잡혔다. 이들은 혹한과 허기로 협곡에 갇힌 채 모두 얼어 죽을 위기에 놓였다. 한 녀석은 부리로 빙판을 찍어대며 힘겹게 협곡을 탈출하고 있었지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다른 펭귄들의 참혹한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생명과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제작하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원칙’상 인간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야를 가릴 정도의 눈보라가 얼음으로 변하고 있는 극한 상황에 펭귄들의 떼죽음은 시간문제였다. 더욱이 아빠의 주머니에 보호돼야 할 새끼 펭귄들이 얼어 죽는 모습을 보며 제작진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바로 인간이 대자연의 생태계에 개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대자연의 생태를 거스르고 영국 본사로 복귀한 제작진. 영상이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고 대중은 제작진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린지 매클레이는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것보다 고통받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정의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BBC 제작팀이 대자연의 생태계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펭귄들이 추위에 떼죽음을 당했다면 ‘자연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었을까. 아마 펭귄이란 생명을 죽게 방치했다고 손가락질받지는 않았을까. 만약 나도 그 상황에 부닥쳐 있었더라면 촬영보다는 펭귄들을 구조하는 방향을 택했을 것이다. 굳이 남극이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이 이렇다. 우리가 마주하는 갈등들은 선과 악이 명확하게 나뉘는 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선한 행동이 악한 행동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세상을 좀 더 관대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참고 및 썸네일 이미지 출처>
1) ‘원칙’ 어긴 BBC 자연다큐 제작진, 웃긴대학(링크)
2) 남극 펭귄을 구하기 위해, 자연의 생태계를 거스른 다큐멘터리 감독, 결국.., 파인딩스타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