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박 의견을 내세울 수도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이미 의견을 제시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세계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오직 모니터 화면으로 보이는 텍스트로 상대방의 의중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시지에 담긴 뉘앙스를 알기 어려우니,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게시물을 보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동일한 아이디를 가진 한 네티즌이 평소 연예인들에게 비판을 가장한 악플을 달다가, 막상 특정 연예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이 연예인의 삶을 마감케 한 악플러들을 원망하는 악플(?)을 달았다. 그동안 자신이 여자 연예인들에게 단 이런저런 나쁜 표현들은 모두 ‘합리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댓글에 달린 수백 개의 추천 수를 보면서 나는 적어도 인터넷상에선 ‘옳은 소리’를 한다는 자신감일까?
심리학자 신고은의 저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바로 내 생각이 가장 평범하고 상식적이라고 믿고, 내 선호가 것이 보편적이라고 확신하는 거다. 내가 하는 말에 당연히 남들도 동의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 ‘거짓 일치성 효과’라고 한다. 이 착각에 빠지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이 틀렸다고 단정 짓게 되고, 충고로 포장한 비난을 하기도 한다. 책에서는 이런 이들이 하는 대표적인 말 중 하나로 “내가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서운해하지 말고 들어”를 든다. 이런 말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내 상처가 되는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위 악플러의 사례도 이와 마찬가지다. 연예인의 노출은 나쁜 것인데, 자신은 이에 대해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그리고 여론이 악플로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그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태도를 보이는 건 자신은 적어도 악플러가 아니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악플러들의 어이없는 태도를 보며 나 역시 내 기준과 어긋난 것에는 ‘틀렸다’고 믿으며 이를 함부로 말하지 않았는가 반성하게 된다. 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우리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인간’이라는 점이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 것 즉 ‘메타인지’를 높이는 게 개인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참고>
1) 악플러의 이중성.jpg, 루리웹 (링크)
2)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 신고은 저, 포레스트북스(링크)